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관세 뉴노멀] 트럼프 '재정 재건의 꿈'…마러라고로 가는 길

기사입력 : 2025년04월09일 10:41

최종수정 : 2025년04월09일 12:57

시계를 1세기 전으로, "관세로 채무 축소"
GDP 대비 100%, 유지 불능의 부채 구조
관세 수입으로 막는다? '마른 논 물대기'
"목적은 따로, 100년물 국채 강매 속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4월2일, 백악관의 정원 로즈가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가 주목한 연설에서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는' 교역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뿐 아니라 상호관세 필요성을 역설하는 행정부의 급박한 사정을 드러냈다.

1. "시계를 1세기 전으로"

그는 로즈가든 연설에서 상호관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로 1913년 도입된 헌법수정 제16조를 문제 삼았다. 관련 수정 조항은 19세기 후반 국가 운영의 주요 재원을 세입의 40~60%를 차지한 관세에서 소득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헌법적 근거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트럼프 대통령은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외국이 아닌 미국민이 정부 운영에 필요한 세금을 내도록 연방소득세가 도입됐다"며 "(나는 관세로 확보한) 수조달러를 사용해 감세를 추진하고 정부 부채를 줄이겠다"고 큰소리쳤다. 관세를 통해 미국인의 세금 부담도 줄이고 국가 채무도 축소하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재원이 없다면 세출을 줄이는 게 '정도(正道)'지만 그럴 필요 없이 '미국을 착취한' 교역국에 세금(관세)을 지불하도록 하면 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이다. 시계를 100여년 전으로 되돌려 세입의 원천을 관세로 되돌리겠다는 정책의 후폭풍은 그도 직감했을 터지만 그럼에도 고율의 상호관세를 추진하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2. "부채에 깔릴 지경"

현재 미국의 재정은 비유하자면 '족쇄를 찬 채 짐을 메고 오르막길을 걷는 상황'과 유사하다. 재정적자 만성화의 원인이 된 지출 과다형 세입·세출 구조라는 족쇄가 양발에 씌어진 상황에서 자신 체중만큼의 무게를 가진 부채라는 짐을 메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국가부채가 미국의 연간 경제 규모 만큼 불어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달러, 2025회계연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로 추정된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관련 비율은 2029년도에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의 최고치 106%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2035년도경에는 1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0년 전인 2015년도에는 70%대였다.

연간 이자 지급액은 2025년도 9520억달러가 예상된다. 2024년도 대비 8% 증가한 수치다. 연간 국방 예산을 초과한다. 2024년도와 2023년도 각각 20%대 증가폭이라는 상당한 규모로 팽창한 뒤에 벌어진 추가 확대다. 2025년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9000억달러로 GDP의 6.2%에 달하고 내년도에는 그 비율이 7.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처럼 국가부채가 GDP 대비 200%를 넘어도 국가가 운영되는 사례가 있지만 일본은 국내 저축률이 높고 대부분의 부채가 국내에서 조달된 형태다. 하지만 미국은 저축률이 낮고 해외 채권자가 3분의 1로 비교적 비중이 높아 이야기가 다르다. 부채 수준이 계속 올라가면 상환 능력에 대한 외부인의 의심은 커진다. 국채에 대한 요구수익률(채권자가 요구하는 이자) 상승으로 이어져 채무 부담을 더 가중시킬 위험이 도사린다.

3. "마른 논에 물 대기"

여러 통계를 놓고 보면 관세 수입분을 적자 축소에 활용하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충분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행정부의 무역정책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고문의 주장에 따라 '연간 600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상정한다고 해도 당장의 이자 지급금도 충당하지 못하는 형편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통한 재정지출 연간 1조달러 삭감이나 국방비 예산 연간 500억달러 절감 계획이 현실화해도 관련 절감분이나 관세 수입으로는 차후 늘어날 이자 상환액을 충당하는 데에도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감세 연장안의 실행은 연간 4500억달러 세입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관세 수입분은 비록 '마른 논에 물 대기' 수준일지라도 당장의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에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세라는 게 실제로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민간 수요 위축까지 불러와 재정을 되레 급속히 확장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수입량이 감소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세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세의 장기적 재정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다. 또 "일시적으로 재정적자 부담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 비용 증가로 소비와 기업 투자가 감소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사회보장·의료보험 제도를 포함하는 '의무지출(정부 지출의 62% 차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이상 유의미한 재정적자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다만 관련 지출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진담인지 알 수 없지만 3선 구상을 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유산에 손상이 가해진다. 그런만큼 의무지출 예산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동기가 부족하다.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통한 재정 재건 계획은 허황된 꿈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4. "마러라고 로드맵"

부채와 재정적자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더 파괴적인 해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를 부채질한 것이 일명 '미란 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작년 11월 작성한 '국제 무역체제 재구성을 위한 지침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미국의 채무 부담을 관세나 안보와 결합해 일부 해소한다는 내용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졸탄 포자르 전 전략가의 개념을 인용한 형태지만 그의 전략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관련 내용은 외국 기관(중앙은행 등)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100년물 무이표채로 교환하는 거다. 이 무이표채는 당연히 이자가 지급되지 않고 유통시장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한다. 100년 뒤 액면가에 적힌 금액만 찾아가도록 한다.

교환 대상을 만기 도래분만 한정해도 차환용 신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금을 100년 동안 묶어 놓을 수 있어 채무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행정부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 

특히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의 복리 효과에 따라 원금의 실질가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채무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선택지, 채권자 입장에선 사실상의 금융몰수에 해당한다.

매년 인플레가 2%로 유지된다고 하면 오늘의 1달러는 100년 뒤 13.8센트의 구매력만 갖게 돼 사실상 원금의 86%가 탕감되는 효과를 가진다. 미국은 교환에 응하지 않는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안보 우산에서 제외하겠다고 압박할 수 있다. 사실상 100년물 국채의 강매다.

미란 위원장은 당시 보고서에서 관련 계약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리조트 이름을 따 '마러라고 협정'이라고 불렀다. 물론 미란 위원장 자신도 금융시장에 일으킬 파장을 염려해 마러라고 협정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갈수록 더욱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돼 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볼 때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가 행정부의 정책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대통령이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일부 조치를 이미 채택했다"며 "안보 협정을 위해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는 방안이나 국부펀드 창설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나는 보고서의 많은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bernard02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사진
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