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尹석방 등 헌재 선고기일 영향 미쳤을수
"재판관들 40일 가까운 숙고, 견해 바꿀일 없을 것"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박서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숙고를 끝내고 사흘 뒤인 오는 4일로 선고기일을 고지했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 석방 등 예상치 못 한 변수들이 헌재의 길어진 평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기일이 고지된 만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 탄핵심판을 둘러싼 변수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복잡한 정치적 지형, 선고일 늦어진 것 영향"
1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4일 오전 11시로 고지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지난달 2월 25일 최종변론이 마무리된 지 38일 만에 선고가 나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탄핵심판 절차가 마무리된 것과 비교하면 이번 헌법재판관들이 최장 숙고를 마친 것이다.
당초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안이 법리적으로 명확한 만큼, 최종변론 이후 약 2주일 후에 선고기일이 잡히며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빠르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데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발언에 시간까지 제한하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던 점도 빠른 선고일 지정 전망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한달 넘는 시간동안 선고일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욱 가열됐다.
3월 마지막 주 윤 대통령 선고기일이 4월로 넘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자,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사법적으로 사건을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개입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이 워낙 법리적으로 명확했던 만큼 재판관들이 길게 고민할 것은 없었음에도 정치적 지형이 상당히 복잡했던 것이 선고일이 늦어진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헌법 자체를 본원적으로 무시하는 세력이 존재했고, 이 세력들이 헌재를 압박하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결정에 녹여내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尹구속 취소後, 헌재 내 갈등 이어졌을 수"
탄핵심판 최종변론 이후 이어졌던 윤 대통령의 석방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무죄 판결 등 예상치 못한 굵직한 사건들이 선고기일이 미뤄진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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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숙고를 끝내고 사흘 뒤인 오는 4일로 선고기일을 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핌 DB] |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하지 않으며 석방됐다. 또 지난달 26일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표가 대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의원직 상실형을 목전에 두고 2심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구속취소를 결정하면서 헌재의 결정과 법원 결정이 충돌할 수 있겠단 문제로 (헌재) 내부 갈등이 뚜렷해졌을 수 있다"면서 "변론을 조기에 종결하면서 핵심 쟁점인 정치인 체포지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 등이 증거가 부족하단 문제 등도 내부에서 대두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일부 재판관이 탄핵 기각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하는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후보 가능성이 없어진 상태에선 대통령을 탄핵해도 큰 부담이 없는데, 살아남은 상태에선 심리적 부담을 굉장히 크게 가지고 탄핵 기각 쪽으로 마음을 더 굳히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기일이 고지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수는 사라지게 됐다. 민주당은 선고기일이 고지된 이날 오전까지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라고 압박하며 한 총리에 대한 재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으로 남은 3일 동안 헌법재판관들은 결정문을 다듬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은혁 후보자는 투입이 돼도 변론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하고, 평의를 다시 해야되기 때문에 임명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고 임명을 요구하는 것도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면서 "40일 가까운 시간을 숙고한 만큼, 재판관들이 각자 심정을 굳히고 선고일을 지정해 3일간 재판관이 견해를 바꾼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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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