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의사회 의결 등 제도개선 유도
과도한 '전관예우' 지적에 정보 공개 요구
경영 노하우 활용 제한 반발..."자율 맡겨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퇴임 임원을 경영고문으로 채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공시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채용 및 보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만큼 이사회 심의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권에서는 일부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퇴임 경영진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효과 등이 큰 만큼 금융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퇴임 임원의 고문 채용 요건을 강화하고 보수(고문료) 등도 이사회에 심의를 거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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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사진=각사) |
이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고문 자격 요건이 추상적이고 고문의 자문이 경영진 의사 결정에 반영되는 만큼 고문료 등을 이사회에서 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한바 있다.
퇴임한 임원을 경영 고문으로 다시 채용하는 건 금융권의 오랜 관행이다.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경우는 2년, 일반 임원은 1년의 고문계약을 체결한다. 고문료는 퇴임 당시 기본급의 60~80% 가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은 임원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공시 의무가 없다. 따라서 각 그룹에서 몇 명을 채용하고 어느 수준의 고문료를 지급하는지 등의 내용은 모두 비공개다. 매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업권에서는 4대 금융그룹에서만 90명 가량을 채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퇴임 임원을 고문으로 채용하는 건 그들이 가진 경영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퇴직 경영진이나 임원이 후임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현업을 떠난 퇴직 임원들에게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하는 건 '전관예우'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특히 경영적인 논란이 있었던 인물들을 고문으로 채용해 문제가 생겼던 사례를 들며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재임 시절 라임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전 회장을 퇴임 후 고문으로 채용, 거액의 보수를 지급해 논란이 된바 있다.
손 전 회장은 논란을 의식해 2023년말 스스로 고문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700억원대 부당대출로 우리금융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우리금융은 최근에는 고문 채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들을 반영해 금융권에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하나금융처럼 퇴임 임원의 고문 채용과 관련된 기준이나 업무 영역, 보수 등을 이사회에서 의결할 경우 안정적인 제도 유지는 물론, 내부통제 차원에서도 효과가 큰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2017년부터 퇴임 임원 고문 선임 시 위촉기간이나 고문료 등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있다.
반면 당국 차원의 지나친 개입은 경영상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직 승진 체계상 임원을 무작정 늘리거나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고문 제도는 시기적으로 아쉽게 물러난 전문가들의 경영 노하우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퇴직 임원들이 알고 있는 기밀들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단속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점이 있다면 금융사들이 스스로 대안을 찾을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