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홈플러스, 오뚜기·CJ제일제당·농심과 '정상화' 합의
'홈플런' 흥행 놓고 생존게임...'반값 양배추' 내걸고 모객 박차
이마트·롯데마트는 반사이익...'소비자 혜택 줄까' 우려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조민교 기자 = 공급사 이탈로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가 사태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에 이어 CJ제일제당, 농심 등 주요 업체들과 공급 정상화 합의를 마쳤고 그 외 업체들과 합의를 추진 중이다. 사실상 존폐 위기 속에서 열린 연중 최대 반값 행사 '홈플런'이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위기의 홈플러스, 공급 정상화 속도...반값 양배추 내걸고 '홈플런' 박차
7일 홈플러스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등 주요 협력사들과 협의를 거쳐 정상적인 상품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해당 업체들의 제품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삼양식품 등 식품업체들과 공급 재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의 대금 미지급 우려 해소를 위한 추가 계약 조건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계약 조건 등을 아직 논의하고 있다"라며 "주요한 거래처인만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라고 말했다.
전날 납품사들의 공급 중단 움직임이 확산하자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일시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지급을 재개했다. 특히 공급 중단 업체들에 대금 지급 관련 공문을 전달하는 등 설득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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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7일 서울 등촌동 '메가 푸드 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반값 양배추를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창립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의 일환으로 양배추를 50% 할인해 1통에 1990원에 판매한다. [사진=홈플러스] |
현재 홈플러스는 창립 28주년을 기념한 연중 최대 반값 행사 '홈플런'을 전개 중이다. 지난달 28일 시작해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서 홈플러스는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특히 올해는 할인 상품 수를 1만5000여 개로 지난해 홈플런 대비 10% 이상 확대했다. 현장에선 '미국산 소고기 전 품목'과 '휘라 노르웨이 생연어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고 '새벽수확 양상추'를 990원에 내놓으면서 '완판 행진을 잇고 있다.
이날부터는 양배추 1통을 50%할인가인 1990원에 판매하는 이른바 채소런 행사를 시작했다. 관련해 전국 대형마트 양배추 1통 평균 가격은 4330원 수준이다. 그 외 양파, 햇미나리, 파프리카 등도 카드 결제 시 반값에 판다.
협력사들의 공급 중단 위기에 놓인 홈플러스가 '홈플런' 흥행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로서는 이번 홈플런 매출 확대가 위기극복 최우선 과제다. 현실적으론 공급사들의 대금 미지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3월 한 달 매출로 3000억원 이상 올려야 한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는 전날인 6일 공급사 대상 일반 상거래 채권 지급을 시작하면서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 원이며, 3월 동안에만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 반값 행사 '홈플런'서 건재함 증명해야
홈플러스가 연중 최대 반값 할인을 내건 이번 홈플런 행사에서 건재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향후 위기극복을 위한 동력이 위태로워진다. 실제 전날 협력사들의 홈플러스 공급중단 소식이 이어지자 홈플러스 온라인 주문 고객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못 받는 것 아니냐', '할인상품 결제가 취소될까 걱정된다' 등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소비자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홈플러스의 위기 소식에 이마트, 롯데쇼핑(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는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경쟁사로 이동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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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 홈플러스 영등포점에는 평소와 같이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5.03.04 yym58@newspim.com |
대형마트 업계는 대부분 인근 상권에서 생존경쟁을 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매장 수는 이마트 154개, 홈플러스 127개, 롯데마트 110개다. 홈플러스 매장이 문을 닫을 경우 자연스럽게 고객이 경쟁사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회생 절차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나 점포 구조조정 등이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 경쟁사들의 기존점 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가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진다. 홈플러스 공급 중단 및 매장 축소로 인한 쇼핑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그간 대형마트끼리 경쟁으로 확대됐던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위기로 인해 쿠팡 등 이커머스가 세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온라인보다 저렴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홈플러스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해서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 업계는 3월 신학기 시즌과 14일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3월 말 창립기념행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마트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다양한 할인 혜택과 신상품, 단독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