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성전자·대우산업개발 등 사건 재판부 변경
'재판 지연' 막기 위한 개정 형사소송규칙 적용
"기존에도 간이한 방식으로 갱신…큰 변화 없을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형사재판 중 재판부가 변경될 때 이전 공판에서 이뤄진 증거조사 녹음파일을 재생하느라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개정 형사소송규칙이 28일부터 시행된다.
대법원은 이날 전자관보를 통해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형사소송규칙 제144조 '공판 절차의 갱신 절차'에는 녹음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쪽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이한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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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 DB] |
다만 녹취서 기재와 녹음물의 내용이 불일치한다고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녹음물을 들으면서 오류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규칙 132조에는 증거의 선별 신청 의무와 이를 위반한 증거신청의 기각에 대한 조항도 신설됐다.
◆ 법조계, 절차 불합리 없앤 개정 규칙에 긍정적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형사재판 갱신 절차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사와 피고인 측이 동의하면 요지를 설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갱신 절차가 이뤄지지만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이전 공판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해 듣는 방식으로 갱신 절차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달 대법원의 개정규칙안에 대해 검토한 뒤 "개정이유에 동의한다"며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보통 2년마다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는 사건은 중간에 담당 판사가 바뀌면 갱신 절차로 이중 지연이 발생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기존에 한 증거조사를 다시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중 한 명만 바뀌어도 갱신해야 하니까 그런 불합리한 점을 잘 고친 것 같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속한 재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갱신 대상' SPC·삼성·대우 등 사건…"간단하게 할 것"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은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원 전원이 바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사건 갱신 절차에서도 언급될 수 있다.
다만 공판준비기일만 진행되고 정식 첫 공판에 들어가지 않은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나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의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판 등은 갱신 대상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주요 기업 재판들도 개정 규칙에 따른 갱신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재판이 기존에도 간이한 방식으로 갱신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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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황재복 대표 등 사건은 이번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 모두가 교체됐다.
전임 재판부는 갱신 절차를 하루 만에 마무리한 뒤 그 다음 공판부터 기존 증인신문 일정을 소화하는 계획을 고지했다.
삼성그룹의 급식 분야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등 사건, 1400억원대 분식회계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 등 사건 역시 배석 판사 1명이 이동해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을 횡령해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항소심 역시 재판장이 교체돼 갱신 대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재판에선 보통 갱신 절차를 짧게 해 왔고 새 재판부가 사건 파악을 위해 설명하는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이번 규칙 개정으로 재판 진행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