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떠나게 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다시 고향에 돌아올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이미 트럼프의 가자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인데, 트럼프는 이들 국가에 자신의 구상을 받아들이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요르단과 이집트 팔레스타인 주민을 받겠다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가자지구의 모든 주민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은 중동 전체에 충격파를 일으켰다"면서 "이집트와 요르단 등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대담한 제안을 지지하도록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요르단은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사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둘라 국왕과 대화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가자지구가 재개발 된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권리를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디에 정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요르단과 또 이집트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요르단으로 강제 이주하게 된다면 압둘라 국왕은 국내 위기에 휩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요르단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나라가 팔레스타인계와 비팔레스타인계 시민들 간 긴장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가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하도록 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시리아 특사인 제임스 제프리는 "요르단은 가자 주민들을 데려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그에게 존재론적 문제이고, 요르단 정권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도 트럼프의 구상에 반대 입장이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주해 올 경우 하마스 등 무장단체가 이집트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그들이 시나이 반군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