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금 인출 4~8주 소요, "못 기다려"
금 대여하자니 이자 폭등, 5% 수준 육박
눈물의 손절매, "저가에 팔고 고가에 산다"
시세 분출? 매니저들 '왜 안사나' 추궁 당해
상황은 은도 동일, 안 쓰던 수송기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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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급등 배경엔 월가의 '절규' ①트럼프발 분노의 매수>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영란은행에서 금을 인출하려면 종전에는 며칠이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인출대기 기간이 크게 늘어나 4~8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영란은행은 런던 금 시장의 핵심 인프라이자 LMBA의 주요 금보관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따르면 작년 11월 대선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두 달여 동안 COMEX 창고에 393톤의 금이 유입돼 보유량이 926톤으로 75% 늘었다고 한다. 이 중 상당량이 런던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급한 대로 다른 은행 금고에서 금을 빌린다고 해도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금 임대료가 급등해 관련 비용을 지불할 것을 생각하면 유인이 떨어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1개월 추정 대여료(금고의 금을 빌릴 때 내는 이자; 관련 지표인 SOFR 1개월물 금리와 금 1개월물 선도금리 스프레드로 추정)는 종전 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가 최근 5%애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4. 눈물의 손절매
옴싹달싹 못하게 된 은행들에 남은 선택지는 한 가지다. 지금이라도 런던 시장에서 현물을 매도하고 뉴욕에서 선물 매수로 인도 의무를 해소해 포지션을 청산하는 거다. 한 마디로 저가에 팔고 고가에 사는 상황이 된 것인데, 현재 영란은행 금고에 있는 금 가격은 긴 인출대기 기간으로 런던 현물시장 대비 온스당 5달러가 넘는 할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시장 가격 차이로 인한 손실뿐 아니라 추가 할인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물론 일부는 넉넉하게 현물을 확보해 손실을 피하거나 손실폭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0일 JP모간은 2월물 선물 계약에 대해 300만온스, 약 40억달러 상당의 금을 인도한다고 통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과거 통지문에서 확인된 이같은 인도 물량은 최소 1994년 이후 최대라고 한다. 같은 날 도이체방크와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등도 잇따라 인도 통지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추가 청산의 여지가 남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금값에는 추가 상승의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JP모간 귀금속 트레이더 출신인 로버트 고들립은 "[런던뿐 아니라 뉴욕에서도] 인도용 현물 물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라며 "고가 선물 매도 포지션 보유자들의 실물 인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손실 확대로 인한 포지션 청산, 즉 페인 트레이드 상황이 계속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5. 시세 분출?
일부 전문가는 미국 금 선물시세가 급등을 넘어 '분출'의 양상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포지션 청산의 상방 압력과 시세 추종 계열의 자금이 결합하면서다. 이미 뉴욕의 금 선물시세는 올해 한 달여 만에 9% 뛰어오르는 등 최고가에서 호가(6일 종가 온스당 2856.51달러)된다. 시세 보조지표상 과매수 국면(RSI<상대강도지수> 74)을 크게 넘어섰고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과의 괴리는 계속 확대돼 현재 12%까지 벌어진 상태다.
현재 다수의 헤지펀드 대표가 자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포트폴리오에서 금 투자 비중이 낮은 이유를 따져묻기 시작했다고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추세추종형 헤지펀드를 일컫는 CTA 계열의 자금이 다음 주 매수 속도를 높일 것으로 봤다. 현재 관련 펀드들의 금 포지션이 과거 평균적인 수준보다 낮아 모든 시나리오(5일 예상)에서 포지션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염려로 은행들의 포지션이 '역동작'에 걸린 곳은 은 시장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기까지 대동해 은을 뉴욕으로 수송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한다. 통상 은은 금보다 가격이 훨씬 낮고 부피는 크기 때문에 항공 운송은 비경제적인 일로 여겨진다. 현재 미국 은 선물가격은 온스당 32.69달러로 올해 12% 뛰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