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에 리스크관리위원회 '패싱' 확인
이복현 "대규모 내부통제 부실 확인" 지적
인허가 영향 제한적 반론도, 1분기내 결론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감독당국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부당대출과 내부통제 절차 부실 등이 확인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추진중인 동양·ABL생명보험 인수합병(M&A)도 부담이 커졌다. 현재 진행중인 경영실태평가(경평)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M&A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과 자산, 유동성과 수익성 등을 중심으로 50개가 넘는 항목을 평가하는 경평 특성상 내부통제 미흡만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국 역시 이번 정기검사와 경평은 별개에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최종 결론까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지주 및 은행 등에 주요 검사결과를 3일 공개하고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부당대출과 인수합병(M&A) 절차상 미흡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은 정기 검사 결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의 대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2025.02.04 yooksa@newspim.com |
◆우리금융, 부당대출 2334억원에 M&A 절차 미흡
부당대출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된 규모다 알려진 35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늘었으며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지점장 24명)이 연루된 1604억원 규모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규모는 총 2334억원으로 이중 부실화 규모는 1567억원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중 1438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후 발생됐다며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도 강하게 질타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확인됐다.
임종룡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에도 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 규범을 위반한 사항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양적, 외적성장지향주의와 단기성과주의 등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금융은 대규모 내부통제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수합병 인허가 1분기내 윤곽, 경평 신속 진행
금융당국 검사에서 대규모 부당대출과 M&A 절차상 문제 등이 확인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보험 M&A 인허가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15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M&A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인 본격적인 인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추가 자료 제출 등의 변수는 있지만 통상 최종 심사결과까지는 두달 가량이 소요된다. 이르면 3월중 최종 결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인허가 기준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경평) 등급이다. 인수 승인 관련 규정상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2년 실시된 경평에서 2등급을 받은바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0 pangbin@newspim.com |
경평은 최종 결과(등급)이 나오기까지 보통 1년에서 1년반 정도가 걸린다. 이에 따라 인허가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M&A 신청서를 제출한만큼 경평 결과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 인허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통상 2개월 정도 걸리는 인허가 승인 절차를 고려할 때 최종 권한을 가진 금융위에게 최대한 빨리 경영 평가 결과를 넘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등급 영향 제한적 반론도..."제재와 경평 분리해야"
반면, 이번 정기검사 결과가 우리금융 경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평은 금융사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 때문에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경평 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진행하는 경평은 ▲자본 ▲자산 ▲경영관리 ▲수익성 ▲유동성 ▲리스크 등의 평가부문에 대한 50개 항목을 세밀하게 평가한다. 부분별로는 자산에 배정된 점수가 25점으로 가장 높고 자본 20점, 경영관리·유동성·리스크 15점 순이다.
이중 내부통제는 경영관리 산하 항복으로 배정된 점수는 5.3점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은행에 대한 경평 항목을 개선하면서 내부통제 배점을 15점으로 높였지만 이번 M&A의 주체가 되는 지주(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배점을 변경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검사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지만 자산과 자본, 유동성과 수익성 및 내부통제를 제외한 경영관리 등에서 기준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면 경평 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 역시 정기검사와 경평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부실이 곧바로 경평 등급 하락은 아니라는 뉘앙스다.
여기에 이번 M&A가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경평 등급과 무관하게 금융위가 유권해석으로 승인을 내릴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평은 말 그대로 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영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모든 사안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기에 특정 부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등급이 하락하기는 어렵다"며 "정기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는 분명 강하게 이뤄져야 하겠지만 경평은 별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