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 5거래일 사이 18% 급등
M&A 통한 이익 개선 전망
4Q 실적 부진 예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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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행동주의 헤지펀드 스타보드 밸류의 지분 매입 소식에 미국 반도체 업체 코보(QRVO) 주가가 강한 상승 모멘텀을 얻었다.
지난 1월16일(현지시각) 스타보드 밸류의 '입질'이 주요 외신을 통해 알려진 뒤 업체의 주가가 5거래일 사이 18% 가까이 치솟은 것.
인공지능(AI) 테마를 앞세워 반도체 섹터가 상승 열기를 더할 때도 하락 압박에 시달렸던 코보가 강한 반전을 이룬 셈이다.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보는 최근 6개월 사이에만 30% 이상 급락했고, 1년과 5년 낙폭은 각각 18%와 23%로 파악됐다. 경쟁 업체인 브로드컴(AVGO)이 최근 1년 사이 100% 이상 폭등했고, 퀄컴(QCOM)이 14% 오른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코보는 지난 2015년 트리퀸트 세미컨덕터와 RF 마이크로 디바이스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주력 비즈니스는 유무선 통신 반도체 칩과 전력 솔루션. 업체는 이른바 RF(무선주파수) 멀티칩 부문에서 세계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큰 고객은 애플(AAPL)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포함한 애플 제품에 코보의 RF 칩이 탑재된다.
그런데도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린 데는 주력 제품이 인공지능(AI) 섹터를 정조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체가 생산하는 칩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데 지난 수 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스타보드 밸류가 코보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에 월가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디는 이유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칩으로 성장 날개를 단 종목이 아니라 한 발 비껴난 종목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코보 로고 [자료=업체 제공] |
특히 스타보드 밸류가 과거 반도체 섹터의 베팅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헤지펀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이번 코보 인수 매입의 배경에 시선을 집중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타보드 밸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코보 지분을 7.7% 매입한 사실을 밝혔다. 금액으로는 약 5억달러에 이른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조심스럽게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한다. 스타보드 밸류가 지분 인수를 통해 코보의 인수합병을 추진,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웰스 파고는 보고서를 내고 "코보의 실적과 주가 부진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며 "거시경제 측면의 압박이 날로 고조되는 데다 중국과 경쟁이 점차 격화되고, 애플을 포함한 핵심 고객들의 수요 변화도 악재"라고 전했다.
코보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보고서는 "시장의 관심은 스타보드 밸류가 코보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근본적인 비즈니스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그 밖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인수합병(M&A)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실 스타보드 밸류는 지난 2013년 코보의 전신 가운데 하나인 트리퀸트의 지분을 8% 매입했고, 이후 대대적인 비즈니스 구조 개편을 주도했다.
일반적으로 스타보드 밸류는 타깃으로 선택한 업체의 지분을 사들인 뒤 강도 높은 경영 개입에 나선다. 이사회 개편과 새로운 경영진 선임, 기존의 경영 실태에 대한 평가와 신규 투자 또는 기존 투자 프로젝트의 철회까지 다양한 전략을 취하며 실적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화이자와 달러 트리, 메이시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모기업인 블루민 브랜즈 등 과거 지분을 매입했던 기업에 취한 일관된 접근 방식이었다.
이번 코보 지분을 대량 매입한 배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코보는 스타보드 밸류 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분 추가 인수가 포함된다고 업체는 전했다.
웰스 파고는 이번 보고서에서 비용 감축과 기업 분할, 애플의 에코시스템에 더욱 깊숙이 진입하는 전략 등이 스타보드 밸류의 경영 개선 리스트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코보의 스마트폰 비즈니스와 아날로그 및 센서 비즈니스를 분리해 두 가지 사업체 모두 몸집을 축소하는 동시에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웰스 파고는 주장한다. 반도체 업계가 통폐합되는 움직임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실린다는 평가다.
RF 칩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 둔화를 나타냈고, 때문에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막혔다.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신상품 개발 등 비즈니스 다각화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보드 밸류의 지분 인수가 코보의 추세적인 이익 상승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주가의 단기 급등도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분기 코보는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2024년 3분기 업체는 10억5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치 10억3000만달러를 상회하는 결과다.
같은 기간 업체는 주당 1.88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의 평균 전망치는 1.85달러였다.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코보 주가는 3분기 실적을 공개했던 2024년 10월30일 20% 이상 폭락을 연출했다.
당시 제시했던 4분기 실적 전망이 월가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업체는 4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1.10~1.30달러로 내놓았다. 이는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치인 1.39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코보의 그랜트 브라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자리에서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프리미엄 제품 영역은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하지만 각 모델별로 생산 내용과 프로필이 다르고, 제품 구성의 조합이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2025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실적 호조에도 부정적인 전망에 투자 심리가 얼어 붙었고,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월가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벤치마크는 보고서를 내고 "코보가 애플의 신형 아이폰16 출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만큼 보기 못했다"며 "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고마진의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코보는 오는 1월28일 4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타보드 밸류의 지분 인수 소식에 주가가 랠리를 연출했지만 분기 성적표가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경우 또 한 차례 '팔자'가 쏟아질 수 있다고 월가는 경고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