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반복을 끊어내는 칼날의 시
역사적 감각을 깨우는 언어의 굴착기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윤지양의 두 번째 시집 '기대 없는 토요일'(민음사)이 발간됐다. 제4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여 주목받는 시집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윤지양 시집 '기대없는 토요일'.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12.22 oks34@newspim.com |
시인은 일찍이 등단작 '전원 미풍 약풍 강풍'에서부터 일상의 실마리를 포착하여 시적인 상황으로 확장하는 능력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이러한 윤지양의 시작(詩作) 경향은 시 아닌 것(非詩) 사이에서 시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비시각각'(非詩刻刻) 프로젝트와 그 후속인 '시시각각'(詩詩刻刻)을 통해 더욱 예리하게 발전했다.
웹진 '비유'에 연재되며 독자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던 이 프로젝트는 제보자들로 하여금 비시(非詩)에서 자발적으로 시를 읽어내도록 했고, 이를 통해 비시(非詩)와 시의 위계를 허물었다. 시인의 이러한 실험 정신은 첫 시집 '스키드'를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되었고, '기대 없는 토요일'에서는 한층 날카롭게 현실과 조응하고 있다.
'위로부터 떨어진 시는/ 우측으로 꺾어졌다. 나는 그것을/ 시라기보단 굴착기라고 생각한다.'
― '십자가'에서
윤지양의 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깨어날 때임을 자각하게 한다. 부정한 세상을 뒤집어 봄으로써, 불화의 목소리를 내고 역사적 감각을 깨움으로써 윤지양은 시대와의 친밀함을 베어내는 칼날의 시학을 이루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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