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자··조선·해운업계, 단기 호재...장기전은 부담
항공·정유사 환율 상승 부담…"환차손 탓 실적 악화 우려"
[서울=뉴스핌] 김아영 정탁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이 예상되자 그 충격으로 달러‧원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했다.
국내 기업들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내년 사업 전략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1435.5원)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50원을 넘은 건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 반도체‧전자‧조선‧해운, 단기 호재…장기화는 부담
수출 중심인 반도체와 전자, 자동차, 조선회사들은 환율 상응에 따라 단기적으론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원화 가치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투자비 증가, 소비 위축에 따른 구매 축소 등의 부담이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 부지 전경 <사진=삼성전자> |
특히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강달러 추세가 지속되면 설비 투자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도 환율 급등은 수출 단가가 올라가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등 현지생산 비중이 높아 영향이 크지 않다.
조선업 역시 환율이 오르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선사들은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는다. 선박 수주부터 인도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계약 시점 대비 환율이 오르면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아 달러 강세 상황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건 맞다"면서도 "일부 핵심 기자재는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어 달러 강세 현상이 길어지면 문제"라고 말했다.
해운사는 운임을 달러로 받아 환율 상승 시 원화 매출 상승이란 호재를 누릴 수 있다.
◆ 항공‧정유사 원화 가치 하락에 실적 악화 우려…경영전략 재점검
항공사들은 환율 상승이 실적에 치명타를 입힌다. 항공기 대여료, 유류비 등의 금액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140억원의 현금 변동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284억원 안팎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비, 현지 조업비 등의 고정비는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은 항공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환율 상승 등 추후 상황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달러 강세 현상은 여객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경비가 늘어나는 등 비용 부담이 커져 해외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정유업계도 환율 상승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이 많아서다. 정유업체가 외국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약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해당 기간 현금이 묶이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결국 자금 융통을 위한 채권 '유전스'를 발행한다. 은행이 정유사의 원유 수입 대금을 먼저 지급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어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치솟으면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결국 영업외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데 환율까지 급등해 걱정이 많다"며 "향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내년 경영 전략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