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러시아 양국 간 역대 최대 규모 에너지 거래
"인·러 에너지 관계 강화...중동 원유 생산국들에는 '도전' 될 수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재벌 기업인 릴라이언스가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와 원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로스네프트로부터 향후 10년 동안 하루 약 5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인도와 러시아 양국 간 역대 최대 규모의 에너지 거래라고 매체는 짚었다.
릴라이언스가 10년 동안 로스네프트로부터 공급 받는 원유 양은 세계 공급량의 0.5%에 상당한 것으로, 그 가치만 약 13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로스네프트는 내년 1월부터 매월 다양한 등급의 러시아산 원유를 아프라막스급 유조선(8만~10만 톤) 20~21척과 유조선(약 10만 톤) 3척에 실어 인도 구자라트주 서부의 잠나가르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릴라이언스의 정유 단지에 공급하게 된다. 계약은 만기 뒤 10년 더 연장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로스네프트는 공식 입장 표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릴라이언스는 "러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거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이루어진다"면서도 원유 거래 계약의 기밀성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한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가 러시아를 강력히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릴라이언스와 로스네프트 간의 대규모 원유 거래 계약은 양국 간의 에너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네프트는 앞서 2017년 인도 정유업체 에사르오일 지분 49%를 인수하는 129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인도는 전략적 파트너이며 원유 생산·정유·원유제품 거래에 있어 인도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고 언급했다.
릴라이언스와 로스네프트는 올해 이미 월 300만 배럴의 원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로스네프트는 중개자를 통해서도 정기적으로 릴라이언스에 원유를 판매해 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올해 1~10월 러시아로부터 하루 평균 40만 5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38만 8500배럴에서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가 수입하는 원유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뒤 유럽연합(EU)을 제치고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릴라이언스와 로스네프트 간 거래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원유 생산국들에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던 중국발 수요가 성장 둔화로 침체된 반면, 인도는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세계 원유의 주요 소비국이 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거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앞서 이루어졌다.
[사마르칸트 로이터=뉴스핌] 2022년 9월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만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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