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납득할 로드맵 제시에 당내 의견 모아져
조기 하야 시 與에 부담...너무 늦추면 野 반발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놓고 막판 고심하고 있다. 당내 이견이 만만치 않지만 국민 여론 악화를 차단하고 당의 단일 대오를 유지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로드맵 발표를 준비했으나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적시함에 따라 이날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2차 탄핵안 표결(14일) 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미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시기를 놓고 '한 달 이내'(조경태 의원)부터 '1년 6개월 뒤'(친윤 의원)까지 의견이 크게 갈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09 leehs@newspim.com |
서범수 사무총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탄핵보다는 (대통령 퇴진 시기를) 좀 빨리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남은 건 퇴진 시기에 대한 한 대표의 결단이다. 친윤 일각에서 주장하는 1년 6개월이나 1년 이상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히 반발할 게 볼 보듯 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년 중에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조 의원이 주장한 1개월 이내 등은 당장 당내 친윤계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다. 12월 중 사퇴하면 내년 2월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여권의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전혀 없다. "이재명 대표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하는 꼴"이라는 벌써부터 나온다. 여권의 대선 전략상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 복잡한 상황을 감안하면 6개월 전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6개월 후 퇴진하면 내년 8월 대선이 치러진다. 이 정도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가 사실상 보장된다는 점에서 야당도 수긍할 수 있는 카드다.
당내 친윤계의 반발도 어느정도 진화할 수 있다. 일각에선 조기 하야에 "그럴 거면 차라리 탄핵이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통령 하야 시 60일 이내 당장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탄핵은 심판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최장 180일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야당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탄핵이 될 때까지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그 여세로 대선까지 직행한다는 방침이다. 탄핵이 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심리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빨리 나올수도 있지만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타협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한동훈 대표의 입장은 '(탄핵보다는) 하야가 맞다' '탄핵에 준하는 속도로 하야 프로그램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BBS 라디오에서 "1년 이내든, 6개월 이내든, 질서 있는 퇴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탄핵보다 '6개월∼1년 내 퇴진'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장에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적시함에 따라 막판 발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적시한 상황에서 로드맵 발표가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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