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기 파트너십 약화, 시장 점유율 하락 가능성
韓 경제구조·입지 고려 시 파장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국내 기업들이 비상 계엄령 선포에 따른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신뢰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 특성상,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 하락은 공급망 차질과 매출 감소로 직결되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외 거래선·투자자 신뢰 하락이 가장 큰 우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은 계엄령 해제 이후에도 향후 전개되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국내외 사업 전반에 미친 파장 등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삼성과 LG는 그룹 차원의 공지는 없었지만, 밤새 금융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해외 거래선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계엄령 선포와 같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이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신뢰 저하가 단기적 영향을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파트너들이 대체 파트너를 모색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하락과 함께 협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정은 국가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되면 장기적인 거래 관계 약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기업들은 그간 꾸준히 기술력과 안정성을 입증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재확인시키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짚었다.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신뢰도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를 인용해 "한국의 국제적 평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윤 대통령이 한국이 매우 불안정해 보이게 만들었다"며 "이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세계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 충격 강도 제한적일 것…점차 안정 찾을 가능성 높아"
계엄령 선포의 파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경제 구조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이 기업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비상 계엄이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