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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 두렵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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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공공공간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으로, 낯선 사람들과 조우하는 공간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를 비롯하여 광화문 광장, 지하철 역사, 좁은 골목길 끝에 만나는 놀이터, 길거리 등도 모두 공공공간이다. 낯선 사람들과 회합하고 친교할 수 있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 투쟁의 장소이자 특정 집단의 이용을 막는 배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공공공간의 용도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 것은 그 공간의 개방성 때문이다. 그 공간을 누가 통제하고 누가 점유하는가가 그 공간의 특성을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공간과 장소를 연구하는 지리학에서는 공공공간의 물리적 특성보다 공간을 점유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구성된 사회 공간으로 공공공간에 주목한다. 동시에 공공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이영아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두려운 공공공간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공간을 이용할 때 두렵다고 느끼거나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런 감정은 그가 경험하는 공간과 그가 속한 사회의 규범과 질서 속에서 구체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어떤 사람이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그 공간 이용이 두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나면, 개인은 공공공간에서 무질서하고 위험한 타자를 만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길거리에서 쓰러진 어떤 사람을 구한 시민들과 같은 기사를 접하면 사람들은 타자를 배려하는 인간을 만날 수 있는 안전한 공공공간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명 묻지마 범죄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또한 길에서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직접 마주치지 않더라도, 공간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청구서가 수북이 꽂힌 빈 점포가 늘어선 길거리, 짓다 말고 방치된 건축물, 가로등의 조도가 낮은 곳, 철로 굴다리, 길거리 낙서가 많은 곳 등 이런 곳을 야간에 지나야 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 두려움을 느낀다.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공간에서는 위험한 타자를 마주칠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어적 공간 이용

위험한 타자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공공공간 이용을 자제하거나 야간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등 방어적으로 공공공간을 이용하게 만든다. 스스로 공공공간으로부터 자신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공공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위험한 타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도 방어적 공간 이용의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면서 어깨나 가방을 치는 것은 기분이 좀 나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서구에서는 어깨를 부딪치며 길거리를 지나가는 건 매우 위협적이고 위험한 태도로 인식된다. 소매치기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크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 앞에서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테러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되었던 시기 영국에서는 비백인 남성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큰 배낭을 메고 길을 걸으면 위험한 타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공공공간에서 자신이 타인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공공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일정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그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미덕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 긍정적으로 발현된 한 형태일 수 있다.

타자를 배제시키는 공간

부정적으로 생존 본능이 발현된 대응 방법은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타자를 그 공공공간에서 소거시키려는 것이다. 공공공간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판단하고 그들과 선을 긋는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 사람이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이다,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다, 복장이 남다르다 등과 같은 이유로 위험한 타자로 판단하고 선을 긋는 것이다. 과거 부랑아, 한센인, 심지어 장발족과 미니스커트 차림 등 이질적이어서 두렵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공공공간에서 소거시킴으로써 그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은 잠재적 범죄에 대한 두려움에 대응하는 극단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예민해질 법한 범죄가 발생하고 나면 그 범죄에 대한 분노가 그들이 속한 집단 전체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로 전환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혐오는 공공공간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 범주에서 특정 집단 전체를 소거시키기 위한 담론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난민, 이주민뿐 아니라 홈리스, 청소년, 노인, 청년 등 어느 집단이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가 거리에 방치된 건축물을 이용하여 그린 낙서 (출처: banksy.co.uk)

인간적인, 그래서 안전한 공공공간

모든 사람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에 하나 이상은 속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사회적 혐오와 배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두려움은 동물로서 인간이 가지는 생존 본능 중 하나라 할 수 있지만, 두려움에 기반하여 조성되는 혐오와 차별, 배제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산물이다. 즉, 공공공간에서 느껴질 수 있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그 두려움은 배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절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공공에 의한 공공공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범죄 방지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한 예이다. 도시 설계를 통한 범죄 방지 환경 조성은 실제 범죄를 줄이는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곳에 사는 주민에 의해 공공공간이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이 참여하고 관리하는 벽화나 화단 등도 그 길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쇠퇴된 동네의 거리에 시사적이고도 기발한 낙서를 그리는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활동 역시 버려진 공공공간의 이미지를 친숙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그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다양한 타인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타자와 조우하는 길거리를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같음'이 아니라 '달라도 괜찮음'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이영아 교수는 대구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사회 지리학과 도시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공간환경협회 부회장,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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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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