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벌금 1000만원 당선무효형 선고...대법서 파기
"문제 표현들 '의견 표명'에 해당"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이 시장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TV·라디오 토론회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경쟁자인 김민영 후보가 '구절초테마공원 인근의 임야와 밭 16만7081㎡를 집중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을 제기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그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제 된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하고, 그중 TV토론회 발언의 경우 일방적 공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실에 반하거나 과장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허위 사실공표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라디오 토론회 발언은 TV토론회 발언 전에 장소, 상대 선거인의 범위와 매체를 달리해 이뤄졌으므로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하지만, 원심은 TV토론회 발언으로 표현된 내용까지 함께 고려해 라디오토론회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 시장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투기'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어 각 토론회 발언 및 카드뉴스와 차이가 있으나, 보도자료는 김 후보의 국가정원 승격 공약이나 정읍시장직 수행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표현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투기라는 표현의 의미가 일의적이지 않으므로 그것이 사용된 전후의 맥락과 화자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파악되고 평가돼야 한다"며 "보도자료에서 투기라는 표현은 과거의 행위에 중점이 있다기보다는 장래 국가정원 승격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행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중점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보도자료 중 허위로 인정되는 12만6942㎡ 토지의 취득 원인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며 "김 후보는 16만7081㎡의 토지 중 약 4만㎡는 매입해 진실에 부합하고, TV토론회 이후 12만6942㎡의 취득 원인이 매매가 아닌 증여임을 쉽게 반박·해명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에 따라,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비판·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의 의미를 세심하게 살핀 후 허위 사실공표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이 시장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이 시장은 직을 유지하게 됐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 있어 법에 규정된 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9조의 죄를 범함으로 인해 징역 또는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