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작한 상생협의체, 석달간 결론 못내
배달의민족, 7월에 기습적인 수수료 인상
입점업체, 수수료 완화·최혜대우 중단 요구
한기정 "상생안 도출 안 되면 입법" 배수진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정부가 10월 말 배달앱 상생안을 도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의 상생안이 7차에 이어 8차 회의도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석 달째 공회전 중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용산역 IXT 회의실에서 배달앱 상생협의체 8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상생안을 내지 못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회의를 개최해 양측 입장을 조율할 계획이다.
배달앱 수수료율 인하 등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7차 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2차 회의를 연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논란이 된 건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민은 2010년 월 8800원의 정액제 수수료로 시작했다가 2021년에는 건당 1000원으로 올리고, 이후 2022년 음식값의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후 올해 지난 7월 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달료 부담을 느끼는 영세사업사제 대한 재정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일주일 뒤 배민이 기습적으로 기존 6.8%이던 수수료율을 9.8%로 인상하며 관련 논란이 격화하기 시작했다.
올 7월 23일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가 출범해 논의가 시작됐다. 배달플랫폼 측에서는 배민과 쿠팡이츠를 비롯해 요기요, 땡겨요가 참여했고 입점업체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가했다.
소상공인과 외식업 등 소비자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도 협의체에 참여해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간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경우 중재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입점업체의 주요 요구사항은 수수료율 완화를 비롯해 4가지다. 소비자 영수증에 수수료 및 배달료를 포함한 입점업체의 부담 항목을 표기하는 것,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이나 할인 쿠폰을 강요하는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 기사 위치 정보 공유다.
상생협의체 1~5차 회의 이후 6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상생안에 대해 조율을 시작했다. 특히 배민은 배민은 매출액 상위 60% 이내 업체에게는 9.8%의 수수료율을, 60~80% 업체는 6.8%를, 하위 20% 업체에는 2.0%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차등수수료 방안을 내놨다.
이에 입점업체는 수수료율 2~5% 제한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4개 단체들은 수수료를 비롯한 네 가지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의견을 모은 상태"라며 "단체 모두 같은 의견을 주장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입점업체가 요구한 배달 기사 위치 정보 공유를 둘러싸고 또 다른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이달 18일 배달 기사 위치 정보에 대한 논의를 하며 당사자의 의견이 빠졌다며, 위치 정보 공유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공정위는 상생협의체에서 마땅한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정위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이달 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상생안을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 추가적 방안에 대해 저희가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법을 새로 입법할지, 개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배달플랫폼 수수료 관련 법령은 가맹사업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에 산재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입법하겠다는 입장은 맞지만, 구체적 입법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달업계라는 사적 영역을 정책을 정부가 조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이용업체와 소비자 등 사적 자치 계약에서의 경제주체 간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어떤 불공정한 일이 있다든지 폭리를 취한다든지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간섭할 수 있지만 수수료는 기업 경영전략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7차 상생협의체에서도 배민과 쿠팡이츠의 갈등은 지속됐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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