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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지역 산업구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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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역 산업의 위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세계 경제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과학법(CHIPS Act),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 법(IIJA) 등을 내세워 미국 기업의 해외 생산 공장 복귀(리쇼어링)를 위한 유인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국가 안보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조업과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의 파고 속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도 공급망 재편이 지역 경제에 미칠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 초기, 우리나라는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단순 조립 위주인 경공업 육성을 통해 성장하였다. 섬유 산업이 좋은 예로, 당시 산업의 경쟁력은 전문적 기술이나 지식이 아닌 '여공'으로 대표되는 비숙련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기술 혁신 등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도 점차 복잡해졌다. 하나의 공장에서 기획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제품 생산이 세부적인 공정(가치사슬)으로 나뉘면서 글로벌 분업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일찍이 산업화를 경험한 영국에서 이미 1960년대 발견됐던 현상으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은 런던 같은 대도시로 향하고, 단순 조립 생산 과정 등은 주변부인 지방에서 담당하는 소위 '노동의 공간적 분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공간적으로 분업화된 영국의 생산 및 노동 구조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어딘가 닮았다. 경기도 판교까지를 취업 남방한계선으로 선을 긋고, 그 이남 지역은 연구·개발직과 전문 사무직 채용 등의 한계로 단순 생산 및 조립 공정에만 의존하는 '분공장화' 현상이 점차 강화된 것이다. 즉, 연구개발이나 해외 마케팅 등 고차산업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조립·생산 등을 담당하는 일자리는 지방에 쏠리는 일자리의 양극화가 고착된 것이다.

다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얘기로 돌아가 보자. 공급망 재편은 대기업 생산 공장에 의존하는 비수도권 지역의 산업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상당수의 지방은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인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GM 자동차 공장 폐쇄와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의 사례를 통해 역내 대기업의 부재가 지역 경제·산업 전반에 미친 위험성을 목격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지역 산업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지역 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까?

전봉경 부연구위원

공급망 중심의 지역 산업 재편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겠으나, 이 글에서는 공급망 중심의 지역 산업 재편의 필요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대기업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이 가능한 개발도상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 전략에서 단순 생산 기능 중심의 비수도권 공장은 이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 오히려 생산 공장을 신·증설하며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필자는 이들 기업의 '속사정'을 파악하고자, 몇몇 기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몇 가지 주목할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 속에서도 제품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는 기업은 숙련 노동자의 공정 기술과 오랜 시간 몸소 체득한 노하우 같은 암묵지가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높은 제품 수율과 납품 기일 준수 능력 등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조립과 생산 공정 등이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손기술이나 축적된 지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주력 산업이었던 섬유 산업은 여전히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자라(Zara), H&M 등 세계 최대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의류업체 상당수가 국내 섬유 기업의 원단을 사용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의류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신속한 제품 출시가 필수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원료 수급 안정성과 납품 기일 준수가 원단의 가격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의류 생산의 앞부분(선 공정)에 해당하는 원료 수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뒤의 공정 모두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선도기업의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이 지역 산업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인 애플은 전 세계 200개 협력 기업과 공고한 생산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자사의 제품 규격과 안정적인 제품 공급 등을 위해 협력 기업에 공장의 신·증설 압박과 자사 제품만을 위한 독점적인 생산 라인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이 엄격한 품질 기준과 생산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갑질'로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협력사에게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와 기술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국내 약 15개 정도 기업이 애플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특히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직계열화된 중견기업들의 집적은 물류비 절감 효과와 더불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통한 기업과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지역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지역 산업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위기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특화된 공급망 및 가치사슬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비수도권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전 공정을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보다는 특정 공정에 특화된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생산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지역에 웨이퍼나 쿼츠 제품 등 반도체 제조 공정의 초기 단계에 필요한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이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내외 기업의 공급망에 전략적으로 편입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산업 기반과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비수도권이 단순 생산 공장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소부장'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존재한다. 또한,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금형 산업의 숙련 인력도 상당수 남아있다. 이러한 기존의 자산을 새로운 산업 구조에 맞게 재편하고 고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 중심의 강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공급망 중심의 재편은 시장 지배적 국가나 기업의 전략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대만의 TSMC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견고한 공급망 생태계 구축은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대만 내 관련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 낸 성과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전봉경 부연구위원 =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계획학(Planning Studies)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에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지역 산업, 균형 발전, 산업 입지, 혁신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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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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