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컬처톡] 유쾌하고 흥 넘치는 향연의 법정…서울시극단 '트랩'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의 신작 '트랩'이 가장 상징적인 모의재판을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간의 죄와 양심, 죄의식을 들여다본다.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첫 작품 '트랩'이 27일 개막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전막 시연을 통해 공개된 작품은 스위스 출신 소설가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1979년 초연된 유럽 연극의 극한의 부조리와 기막히게 담아낸 현실 인식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극단 '트랩'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트랩'에서는 작은 사고로 주인공 트랍스(김명기)가 시골 마을의 한 저녁식사에 초대받게 되고, 전직 판사인 집주인(남명렬), 전직 검사 초른(강신구), 전직 변호사 쿰머(김신기), 전직 사형집행관 필렛(손성호)과 모의 재판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사도우미 시모네(이승우)의 에스코트와 화려한 저녁식사, 뛰어난 피아노 연주를 즐기며, 트랍스는 죄없이 살아왔다고 믿었던 인생 궤적을 훑는다.

트랍스는 섬유회사 판매 총 책임자로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다. 4명의 아들을 기르느라 힘겹게 살아왔지만 떳떳하지 못한 일은 하지 않았다 자부한다. 네 명의 전직 법조인을 만난 그는 게임처럼 시작한 모의 재판에서 끊임없이 의심받고, 어떤 죄를 지었는지 추궁당한다. 술과 맛있는 식사, 떠들썩한 파티에서 점차 흥이 오른 그는 전혀 죄라고 생각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과 당시 심경까지도 모두 털어놓는다. 그가 경멸했던 상사 기각스의 죽음과 그 전후사정을 이야기하며, 트랍스는 급기야 스스로의 무결함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서울시극단 '트랩'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전직 판사였던 집주인을 비롯해 검사, 변호사, 사형집행인은 트랍스를 마구 부추긴다. 고급스러운 만찬을 즐기며 그에게 지금의 성공한 지위를 얻기까지 저질러온 죄를 추궁한다. 네 사람은 그를 코너로 몰며 일명 '뇌피셜'을 동원하기도 한다. 검사는 트랍스가 거쳐온 일거수일투족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 의도를 묻는다. 트랍스는 "나는 죄를 지은적이 맹세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의심을 살 만한 자백이 터져나올 때마다 변호사는 "조심해!"라고 소리친다. 

'트랩'은 남성 6인극, 심지어 중후한 중장년 배우들만 출연한 연극임에도 재밌고 유쾌하고 흥이 넘친다는 점에서 놀랍다. 스릴러의 형식을 취한 덕에 중요한 단서가 등장할 때마다 배가되는 극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극중 나오는 '법정'과 동음이의어인 '향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만찬장은 그야말로 트랍스를 위한 파티다. 고조되는 갈등과 추궁, 트랍스의 부인, 궁지로 몰리고 전환되는 인물의 서사와 함께 관록의 배우들의 티키타카는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트랩'의 연극적 공간, 만찬장이 우리가 아주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모든 장소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친구나 가족을 만나고,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진탕 마시고 고무되는 순간은 스스로 나도 모르게 경계가 풀어질 수 있는 자리다. 법조인의 의상을 입은 네 사람의 존재는 그 어떤 일상의 순간에도 누군가의 발언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모두를 의미하는 듯하다. 게임에 불과했던 모의재판이 모두가 살아가는 일상 전체로 확대되는 순간이다. 

주인공 트랍스가 거쳐가는 감정의 궤적도 독특하다. 성공한 세일즈맨으로 승승장구해왔다는 그의 자부심은, 네 사람의 추궁과 의심 앞에 자존심과 객기로 변해간다.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감상에 젖은 그 때부터 그의 '진실의 입'은 점차 열리기 시작한다. 아주 솔직하고 숨김없이 과거와 심경을 꺼내 보이는 트랍스는 모두의 환심을 살 수는 없어도, 모두의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그가 정말로 죄를 지었는지 판단하는 일 역시 극과는 별개로 관객들의 몫이다.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유죄'를 향해 몰아가는 전직 법조인들에겐, 그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누구나 죄를 짓는다'는 주장에 비추어 그들은 트랍스에게 '떳떳하게 살지 못했다'고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 약 50년 전에 초연한 연극임에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법조 이슈들과도 연결성이 느껴진다. 트랍스를 몰아가고, 결국은 당사자가 그 주장에 동화되는 행태를 두고 관객들 역시 판단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서울시극단 '트랩'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극이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집주인이 따는 와인이 고급스러워질수록 트랍스의 사건은 심각해져 '살인' 혐의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신 직전에 변호인의 최후 변론을 듣고 모욕에 차 자신의 유죄를 주장하는 트랍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짙은 씁쓸함을 안겨주는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그가 살아온 모든 성과를 인정하고 추켜세워준다면 살인 유죄를 주장해도 받아들이고, 그의 삶을 깎아내리고 부정한다면 '무죄 주장'도 거부하는 트랍스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 국면에서 과연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모르는 이들과 겹쳐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결말 직전의 춤추는 트랍스는 일면 홀가분해보인다. 자신이 유죄여서가 아니라, 성공을 위해 달려오며 차곡차곡 쌓였던 죄책감을 한 방에 털어낸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맞이한 충격적인 결말 앞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관객들은 고민하게 된다. 트랍스가 결국 자백하고, 춤을 추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삶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jyy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빠, 어른되면 만나요"…순직 소방관 딸의 편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6세 딸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은 아버지에게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딸의 마지막 편지 18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갑)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사진에는 김 소방위의 딸이 아버지를 향해 직접 쓴 편지가 담겼다. 딸은 "보고 싶은 아빠께"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라고 적었다. 고(故) 김진석 소방위 딸의 편지. [사진=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이어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라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고 했다. 편지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로 끝났다. 편지 옆에는 '출동'이라는 글자와 함께 소방차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송 의원은 조문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정사진과 앞에 놓인 6살 딸이 아빠에게 쓴 편지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며 "소방관의 출근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본다"고 전했다. ◆ 퇴근 20분 앞두고 출동…화재 진압 중 순직 소방 경력 11년 차인 김 소방위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기까지 불과 20여 분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김 소방위를 포함한 선착대원 4명은 건물 3층에 진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으나 불길이 확산하면서 2명이 고립됐다. 동료 대원은 구조됐지만 김 소방위는 약 27분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 화재로 김 소방위가 숨지고 소방대원 1명이 중상을 입는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 소방위는 아내와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함께 새집으로 이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 소방위를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국립현충원 안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kji01@newspim.com 2026-10-18 11:35
사진
GPU 없는 내 PC서 초대형 AI 돌린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애플과 메타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에서 손을 잡았다. 보통 데이터센터 기반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AI 모델을 개인 컴퓨터에서 직접 돌리는 방식이다. 애플과 메타는 15일(현지시간) 메타의 새 오픈웨이트 모델 '뮤즈 스파크 오픈'을 애플 고성능 데스크톱에서 구동하는 협업을 공개했다. 파라미터가 8160억 개에 이르는 대형 모델이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한 내용을 저장하는 단위로, 많을수록 모델이 크고 성능도 높은 편이다. 맥스튜디오 2~4대를 연결하면 코딩이나 영상 분석 같은 작업을 맡길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에 맥에서 돌아가는 메타 에이전트 화면을 올리고 "뮤즈 스파크 오픈이 존 터너스(애플 CEO)와 애플의 작업 덕분에 새 맥스튜디오에서 훌륭하게 돌아간다"고 적었다. 터너스 CEO는 "이 정도 수준과 규모의 모델을 책상에서 바로 이렇게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다니 놀랍다"고 답했다. 핵심은 모델이 클라우드가 아니라 내 컴퓨터 안에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를 쓰려면 대형 데이터센터에 깔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빌려 써야 했다. 맥스튜디오에서 대형 모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애플 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신호다. CNBC는 이번 협업이 "AI 칩 시장에서 애플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번에 자사 칩의 성능 측정 결과를 새로 공개하고, 하나의 AI 모델을 여러 대의 컴퓨터에 나눠 돌리는 기술 문서도 내놨다. 자체 소프트웨어 도구인 MLX를 통해서다. 개발자는 허깅페이스 같은 사이트에서 복잡한 설정 없이 애플용 모델을 내려받을 수 있다. 뮤즈 스파크 오픈은 애플 기기에서 더 빠르게 작동하도록 조정됐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AI가 학습한 결과물이 공개돼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기기에서 돌릴 수 있는 모델이다. 메타는 뮤즈 스파크 오픈이 상업적 이용을 일부 허용하는 조건으로 공개된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CNBC는 이번 조치가 "메타의 재편된 AI 노력에 대한 중요한 신뢰의 표시이며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시간) 애플 맥(Mac) 스튜디오에서 돌아가는 메타 에이전트 화면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저커버그 CEO X 게시물 캡처] 2026.10.16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6-10-16 04:09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