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우라늄 농축'과 씨름한 북핵 협상 30년...제재 뚫고 HEU 대량생산 성공한 북한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우라늄 농축, 북핵 문제 핵심이자 본질적 요소
무수한 북·미 대화와 합의 좌초시킨 '딜브레이커'
대규모 농축시설 공개해 미국 '정책 실패' 부각
美에 '새로운 대북접근법' 강요...사실상 대선개입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동안 은밀하게 운영해왔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한 것은 핵무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대규모 농축 시설을 사진과 함께 공개한 것은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라늄 농축 활동은 북핵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지난 30여 년간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왔다.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번번이 좌초하게 된 배경에는 항상 우라늄 농축 문제가 있었다.

◆ 북한의 '이중 경로' 우라늄 농축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시했던 문제는 '현상 동결(standstill)'이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 활동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 활동 중단은 모든 대화의 전제조건이었다.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물질은 두 가지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하는 플루토늄, 그리고 천연 우라늄에 0.7% 정도 포함된 우라늄-235의 농도를 90% 이상으로 농축한 HEU다. 1990년대 초 북핵 위기의 원인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MWe 규모의 실험용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북한은 이에 대한 IAEA의 특별 사찰을 거부함으로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미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시키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고,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등을 '동결'시켰다.

하지만 북한은 제네바 합의가 이행되는 동안에도 은밀하게 핵 능력을 키워나갔다.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생산은 중단했지만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 '다른 경로로 핵 능력을 키워나가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북한이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부품을 비밀리에 밀수입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미국은 2002년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부무 차관보를 평양에 보내 이를 추궁했다. 그러자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 있다"라고 맞받았다. 미국은 이를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시인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로 인해 북·미 간 최초의 핵 합의였던 제네바 합의가 깨지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다.

◆ '딜 브레이커'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추출은 대규모의 재처리 시설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외부의 감시에 쉽게 노출된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 활동은 작은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소규모로 분산시켜 은닉하면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라늄 농축이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이러한 은닉성 때문이다. 1993년 자발적으로 핵 프로그램 포기를 선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IAEA 사찰단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누구도 예상 못한 놀이공원의 한 건물 지하실에 있었다.

2003년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협상이 다시 시작됐을 때도 최대 관건은 우라늄 농축이었다. 북한은 태도를 바꿔 농축 활동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2005년 '북핵 협상의 바이블'로 불리는 9·19 공동성명이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2007년 '2·13 초기 조치'까지 합의했지만 결국 6자 회담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북한은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원자로 가동 일지와 우라늄 농축에 쓰였다는 의심을 받는 수입 알루미늄관을 미국에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서 우라늄 농축의 흔적을 발견했다. 미국은 검증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북한은 이에 반발했다. 결국 6자 회담은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원인도 우라늄 농축이었다.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 폐쇄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했지만 미국은 영변 이외의 지역에 존재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합의에 포함시키려 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가 북·미 협상을 번번이 좌초시키는 '딜 브레이커'였다는 사실은 지난 세월 북핵 대화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북미 간 합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넘지 못하고 이듬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결렬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원심분리기 스스로 공개한 북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완강히 부인하던 북한은 2010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포함한 '스탠퍼드대 팀'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인 원심분리기를 스스로 공개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생산 시설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던 북한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내세워 새로운 딜을 시도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북한은 헤커 박사에게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 시설을 먼 발치에서 보여줬을 뿐 자세하게 관찰하도록 허락하지는 않았다. 대신 북한 과학자들이 북한의 농축 능력에 대해 말로 설명했다.

북한 과학자들은 원심분리기 한 기당 농축 능력을 '연간 4SWU'라고 밝혔다. 이는 파키스탄이 만든 P2형 원심분리기의 농축 능력과 같은 것이었다.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P2 원심분리기를 토대로 생산 시설을 갖췄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북한의 농축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원심분리기 부품 조달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원심분리기는 부품을 수시로 교체해줘야 하는 소모품이어서 부품 공급이 생명이었다. 북한은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부품을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2000년대 말까지 세계 각국에서 원심분리기 부품 밀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원심분리기 부품 조달을 차단할 수 있다면 북한의 핵 능력 진전을 '상당히' 늦출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미국의 판단이었다.

◆ 수출 통제와 제재 무력화

우라늄 농축 활동에 필수적이면서도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과 핵심 부품은 6불화 우라늄, 머레이징 강철, 주파수 인버터, 진공 펌프기, 링 마그넷 등이었다. 미국은 북한이 이를 자체 제작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북한이 원심분리기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더 이상 포착되지 않자 미국은 북한의 자체 생산 성공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13년 6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자강도 기계공단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보도 사진에는 컴퓨터수치제어(CNC)에 의한 유동 성형 선반이 등장했다. 이 설비는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초고강도 금속 머레이징 실린더를 제작할 때 이용되는 것이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런 보도 사진과 북한의 과학 보고서, 대외선전 자료를 통해 북한이 원심분리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는 북한에 대한 수출 통제와 제재를 통해 핵 능력을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대응 전략이 2010년 이후 무의미해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핵무장에 성공할 수 있는 사실상의 통로를 개척한 셈이다.

2008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영변 핵단지 내 시설을 둘러보고 았다. [사진=-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의 시사점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사진과 함께 공개한 것은 이 시설들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진전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가 파키스탄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자체 개량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 센터 특별연구원도 2010년 헤커 박사에게 보여줬던 P2 모델보다 훨씬 진전된 설계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를 공개함으로써 핵 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핵물질 생산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미국의 목표가 부질없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또 이번에 공개한 사진을 통해 그동안 제재와 압박을 내세운 미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미국에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강요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대선에 개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번에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곧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북한이 미국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협상에 올릴 의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상태에서 핵 능력 제한을 논의하는 '핵 군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농축 시설 공개는 북핵 문제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 조속하게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정책적 조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日 장기금리 3% 목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장기금리가 3%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확산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31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2.950%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보다 0.030%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기준선인 3%까지는 불과 0.05%포인트를 남겨두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를 늘리는 한편 신규 매수를 주저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것도 일본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케빈 워시 의장은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매수가 강해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BOJ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매수하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이후 시장에서는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BOJ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인상 확률도 이미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OJ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도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27일 금리인상과 관련해 "다음 회의를 포함해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9월 인상을 명시적으로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 우려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장에서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BOJ의 추가 긴축 기대와 엔화 약세, 적극재정에 따른 재정 우려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블룸버그] goldendog@newspim.com 2026-08-31 11:01
사진
월가를 달구는 8가지 화두 이 기사는 8월 31일 오전 08시0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바탕으로 전문 기자들의 검증과 분석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8월28일 블룸버그통신 기사(Carry Trades to Treasury Twists: A Guide to the Hot Debates on Wall Street)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선을 끄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올여름 한산한 시기를 누리지 못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장기 차입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기법에 눈을 돌리는 한편 당국이 반영해야 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 기법과 이론이 뒤섞여 제시되고 있다. 이에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들의 배경과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본드 스티프너(Bond Steepener)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며 올해 상승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장기채 보유에 대한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까지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장기물 국채 가치가 단기물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런 현상은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으로 불린다. 재무부가 8월 10년물부터 30년물까지의 국채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해당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그룹(GS)과 웰스파고(WFC)의 금리 전략가들은 장기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로 전환하는 고위험 거래를 의미한다. 신흥국 8개 통화 기준 블룸버그 누적 외환 캐리트레이드 지수 분기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이 거래는 신흥국 금리가 주요국 대비 높고 신흥국 통화가 달러, 유로, 엔 등 주로 차입에 활용되는 통화 대비 안정적이거나 강세를 보일 때 활발해진다. 이 거래는 7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2008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처럼 이 거래는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잉글랜드의 헨리 8세나 로마 황제 네로처럼 금화와 은화에 구리 등 값싼 금속을 섞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이른바 화폐 개악(debasement)을 단행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비롯됐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구매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경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한 논의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을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2026년 중반 베선트 장관이 엔화와 미국 장기 국채를 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승인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논쟁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 발표 전후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다만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모두 디베이스먼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디베이스먼트가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개념이라면 탈달러화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최근 60% 미만으로 상당폭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유로화와 위안화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탈달러화 논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달러의 우위는 시장의 깊이와 미국 경제 규모,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 뒷받침되고 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금융억압은 1973년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과 에드워드 쇼가 만든 용어로 정부가 저축을 국채나 특정 우대 차입자에게 유도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런 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자본 통제, 금리 상한제,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연준은 2차 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이후 단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을 뒀다. 이 조치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체결로 종료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을 정부 차입비용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억압의 한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된 개념으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있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정부의 저비용 차입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 트위스트(The Twist) 베선트 장관의 재매입 전략이 실질적으로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는 연준이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시행해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재무부 버전에 해당한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내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레저리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통해 단기 국채(T-Bill)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DB)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재매입 계획 발표 이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됐다"며 "재무부는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연성 금융억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베선트 풋(Bessent Put)이라고 부른다. 풋옵션은 매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특정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경우 시장에 대규모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트레이더들이 인지하고 있어 이에 맞서는 거래를 꺼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정책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기간 투자자들이 결국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관세 정책,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연준을 겨냥한 압박, 그린란드 병합 언급으로 인한 전통적 동맹 관계 훼손 등이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와 같은 근본적인 취약 요인도 이런 흐름에 더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월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약 8% 하락했다. 다만 해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발전에 힘입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재매입 규모를 늘리려는 재무부의 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도록 두지 않고 당국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과 이미 비교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RBC블루베이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연준에 금리 억제를 위한 압박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이런 압박에 맞서 독립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자산 매입 활용과 재정·통화 정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연준의 협조 없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가 차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엇갈린 성과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방어에 나섰지만 그 결과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8-31 08:1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