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최영건의 연작소설 '연인을 위한 퇴고'(민음사)가 출간됐다. 시간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정체성과 기억의 속성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3편의 소설로 이뤄진 연작 소설 '연인을 위한 퇴고'에서 각 작품은 다른 시절의 '나'들이 서로를 그리워하거나 서로의 뒤를 밟으며 '나'라는 미궁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나'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변화다. 그것은 마치 존재자들이 생성하여 소멸하다 다른 존재자로 탈바꿈해 재탄생하는 한 채의 바깥 없는 광대한 집과도 같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최영건 연작소설 '연인들을 위한 퇴고' 표지.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8.28 oks34@newspim.com |
최영건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파격적인 탐구를 계속해 왔다. 장편소설 '공기도미노'는 70대 전후의 도시 자산가 계층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정과 일터에 구획된 미묘한 구분선을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공기'의 변화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공기를 지배하는 세계는 수려한 건축물 한 채로 형상화됐다. 소설집 '수초수조'에서는 앞선 소설의 건축물에서 드러냈던 미학이 그가 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소설적 미장센임을 보여 준다. 실용성 대신 심미성만을 따진 공간들이 자리하는 제비저택이라든가(쥐) 온갖 과실수가 자라는 넓은 정원에 분재와 난초 온실까지 딸린 이층집(플라스틱들)이라든가, 드라마 촬영 장소로 섭외될 만큼 인기 있는 번화가 카페와 주거 공간(감과 비) 등을 통해서이다.
집과 인간의 관계를 탈신비화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 최영건의 글쓰기는 '연인을 위한 퇴고'에 이르러 존재자와 그의 집으로서의 이야기를 신화화 하는 방향으로 옮겨 간다. 이번 소설에서 최영건 작가는 물레로 실을 짜듯 이야기로 기억을 짠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기억에서 '나'는 물결처럼 퍼져나가는가 하면 주름처럼 감춰진다. 원근법에도 소실점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소묘되는 최영건의 이야기는 퇴고의 퇴고를 거듭하며 '나'라는 기억을 재생한다. 이 소설은 자신을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간직한 영혼의 자화상이자 영원의 초상화이다. 값 1만6천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