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스페이스776 갤러리 등에서 한국 현대 미술 전시회 호평
큐레이팅 회사 'PPULI PROJECT' 설립, 적극적인 한국 미술 소개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미국 뉴욕에서 한국의 현대 미술을 알리는 젊은 큐레이터 공정현(영문 이름, Irene Gong)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한인은 공 씨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문 사례다. 뉴욕대에서 호텔경영학과 소더비에서 미술 석사를 받는 등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점도 강점이다. 최근에는 큐레이터에만 머물지 않고 큐레이팅 회사도 설립했다. 한국의 현대미술을 뉴욕에 알리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어, 공 씨는 큰 기대도 받고 있다.
공정현 큐레이터가 미국 뉴욕에서 한국 현대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4.08.24 hkj77@hanmail.net |
주목받고 있는 공정현 큐레이터의 뉴욕 전시회는 두 차례 정도. 뉴욕의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스페이스776(Space776) 갤러리에서 한국 미술 작가들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한인 신인 작가인 김기민 작가의 뉴욕 데뷔전이 공 씨 작품이다. 김기민 작가의 졸업 이후 첫 뉴욕 개인전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는다. 공 씨는 "당시 꽃 1000송이도 직접 사러 돌아다니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나타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덕분에 오프닝 때 방문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이 뜻깊었다"고 회상했다.
박계주 작가와의 인연이 공 씨가 큐레이팅의 철학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박 작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The Earth Project 1(대지 프로젝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공 씨가 항상 관심있는 도시가 주제였고, 박계주 작가와 인연이 쉽게 만들어졌다. 박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아티스트 토크에 큰 감명을 받았다. 박 작가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심포니와 이백(Li Bai)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고, 도교와 불교 사상에 깊은 바탕을 두고 있었다. 관객들이 박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을 듣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초대해 심포니를 들으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그린 작품들을 바라보며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저명한 맨하탄 심포니(Manhattan Symphony)의 창립자이자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인 그레고리 싱어(Gregory Singer)와 단원들이 참여했다.
공 씨는 "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프리드리히 쇠른켈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의 '하이페리온' 소설의 구절도 같이 낭송했다. 이런 경험들이 정말 뜻 깊었고 뉴욕에서 한국 아티스트들과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공정현 큐레이터가 기획한 박계주 작가의 전시회에서 박 작가가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4.08.24 hkj77@hanmail.net |
큐레이터로만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한국 현대 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PPULI PROJECT'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문 큐레이팅 회사를 설립했다. 공공미술이란 미술, 건축, 예술, 자연, 커뮤니티가 결합된 미술이다. PPULI PROJECT의 유래도 '뿌리 프로젝트'라는 뜻으로, 뿌리가 만물의 기반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식물의 뿌리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공 작가의 큐레이팅 철학을 담은 것이다.
PPULI PROJECT는 뉴욕에서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 친구들과 함께 매년 한 번씩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로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작가들이나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작가들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시의 지역 단체와 협력해 교육적인 이벤트도 만들 계획이다.
내년에는 박계주 작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했던 The Earth Project 1의 후속 전시인 The Earth Project 2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나라를 여행하며 순회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해 터키, 한국, 미국의 도심으로 순회하며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공정현 큐레이터가 기획 중인 The Earth Project 2의 기존 전시회인 The Earth Project 1.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4.08.24 hkj77@hanmail.net |
공 씨는 원래 뉴욕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2020년 졸업)을 전공한 경영학도였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 우연히 장흥 가나아틀리에에서 이사라 작가에게 미술을 1년 반 정도 배운 후,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작가들과 발전을 함께하는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작품이 점점 늘어나면서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북촌한옥마을의 한국 전통 건축으로 만들어진 갤러리에서 'Nature & Tradition(자연과 전통)' 전시를 열었다. 이를 계기로 큐레이터를 결심하게 됐다. 뉴욕의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현대미술 석사 과정을 마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가 갤러리인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와 어드바이저리, 아모리쇼(The Armory Show) 아트페어, 켄드라 제인 패트릭 갤러리(Gallery Kendra Jayne Patrick)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에는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s) 옥션하우스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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