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례 도입 부적절 주장...체계 혼란 초래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월 이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가 개원면허제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의료계는 개원면허제가 현행 의료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4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개원면허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논의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대한의사협회 |
지난 2월 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했던 필수의료패키지 내 면허관리 선진화 방안 중 하나인 개원면허제는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가 개원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개원면허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외국 사례로 봤을 때 의대만 졸업하고 임상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 진료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충분하게 진료 역량, 임상 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대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진료면허, 수련체계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의대를 졸업해도 독자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거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공중보건의 제도의 연장선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정부는)필수의료패키지 발표 당시 영국, 캐나다 등 해외의 면허관리 사례도 언급하여 면허관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부각했지만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외국과 우리나라는 면허 제도의 근간이 되는 의료제도는 물론 의과대학 입학 자격, 교육기간, 교육과정 등 의료인 면허 부여의 전제부터 전혀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원면허제를 도입하게 되면, 의료행위를 하기 위하여 교육이나 실습 등을 이수해야 하는 기간이 기존 6년에서 더욱 길어지게 되므로, 현행 의사 면허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나아가 현행 의사면허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되어 있는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전임의 제도 및 병원 운영체계 등이 모두 어긋나게 되어 현재 의료체계 및 질서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특히 장시간 고강도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전공의들의 수련기간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이는 결국 의사 배출을 급감시키고 저임금 노동력을 원하는 정부와 일부 병원장에게만 좋은 꼴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명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운운하면서 의사가 부족하니 늘리자 한 건 정부인데, 정부는 오히려 개원을 어렵게 하여 남아있는 전공의들마저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논하고 있다"며 "개원면허제가 도입된다면 지금도 이미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는 파멸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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