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코로나 통제가 해제된 이후 광역단체장들의 중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2024년 7월 말 중국을 방문했고 앞서 5월에는 오영훈 제주도 지사가 중국에 다녀왔다. 중국의 코로나 통제 해제 원년인 2023년에는 각각 6월과 10월 김태흠 충남 도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중국을 방문했다.
이가운데 오세훈 시장의 방중은 특히 오 시장이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군에 든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중국 대응에 무슨 변화가 있을지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다.
중국 지인은 8월 5일 위챗 통화로 충칭과 베이징에 들른 이번 방중 활동에서 오세훈 시장이 한국 여권 인사로서 그가 가지는 정치적 비중 때문에 중국 각방면의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서울-베이징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2023년 9월 쯤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한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 중국에서 일대일로 글로벌 정상회의가 열려 일정 잡기가 여의치가 못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쩔수 없이 양측이 자매결연 30주년의 해를 건너뛰어 2024년 5월말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로 오세훈 시장의 베이징 방문을 미루게 된 것이라고 뉴스핌 기자에게 귀뜸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4.08.06 chk@newspim.com |
오세훈 시장은 이번 방중 기간 도중 한중 우호 협력 및 중국 관계 관리에 대해 국면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나름 중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응과 관련, 현재 여야 정치권과 윤석열 정부 인사들도 관계의 단절을 피하고 공급망과 경제 안정을 위해 교류 협력을 회복해야한다는데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이상 '탈중국론'을 거론하는 사람도 없다.
한중 관계 현실을 냉정하게 볼때 한국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계속해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고, 중국 또한 미중 전략적 경쟁속에서 주변국 외교로서 한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7월 31일 오 시장은 7월 28일~31일 방중(충칭 베이징)을 결산하는 베이징 현지 동행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와는 달리 중국 젊은 층은 한류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 민간에선 화해 협력 움직임이 있는데 정부가 쫓아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양국간의 벽을 허무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시장의 구상대로 수도겸 정치 중심지인 두 도시간 교류가 원할해진다면 한중 관계 진로에도 밝은 신호가 될수 있다.
중국 지인은 이같은 내용의 8월 4일자 매체 보도를 거론하면서 중국에서는 정치와 민간의 중간 지대인 지자체 장으로서 정치적으로 여권내 유력 주자란 점에서 오 시장의 이런 발언과 입장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4년 7월말 충칭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국 젊은 층이 여전히 한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충칭 공항의 한 패션 매장에 손흥민 대형 모델 사진이 설치돼 있다. 2024.08.06 chk@newspim.com |
오세훈 시장은 한중 정치 외교상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편이다. 하지만 공동번영을 위해 민간 교류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다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한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지자체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지자체 교류 협력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것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관계 재설정을 역설하기도 했다.
실천 방안으로 오 시장은 1995년 한중 허니문때 서울시 주도로 추진했던 한중일 민간 교류 협력 활동 '베세토(베이징 서울 도쿄의 영문 이니셜)' 재건을 중국 측에 공식 제안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이 제안과 관련해, 한중 관계가 최전성기 였던 평화 시대의 교류 협력 모델이 갈등과 대립, 불신으로 점철된 '전쟁의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베세토에 치중하느라 그랬는지 오 시장은 정작 서울 베이징 두 도시간의 교류 증진방안에 대해선 달리 유익한 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앞서 5월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의 리창 총리간 한중 양자 회담도 있었지만 이후 한중 사이엔 이렇다할 후속 조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장쑤성의 한 박람회장에 한중 양국 국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8.06 chk@newspim.com |
중국은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협력 강화는 물론 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며 못마땅해 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이래저래 한중 관계는 수교 30년 이래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고, 한때 허니문의 상징이었던 자매결연 관계의 한중 지자체(도시)들 사이에도 걷어내기 힘든 불신의 장벽만 자꾸 높아져 왔다.
이번 수도간 방문 교류에서 베이징시 수장인 시 서기가 아닌 2인자 시장이 모처럼 방문한 오세훈 서울 시장을 맞은 것도 중국 측이 예를 다 갖췄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상호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할수 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지자체가 앞장서서 장애물인 벽을 허문다는 각오로 베이징 방문을 결심했다고 밝혔지만 손상된 국가간 신뢰와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지자체 장의 의욕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오세훈 시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여느 광역 지자체장과 구별되는 정치적 위상으로 안팎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오랫만에 들른 베이징에서 현란한 스마트 도시 변신을 벤치마킹한 정도라면 모를까, 오 시장이 모처럼의 방중길에서 챙긴 소득은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