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화학사고 발생 건수 2019년 58건→2023년 115건
화학사고 예방 R&D 예산 29억5800만원…1년 새 40%↓
내년 예산 확보 불투명…"기재부, 감액 예산 원복 안 해"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경기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화학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은 40% 삭감되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리셀 사고는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화학사고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해당 현장이 리튬 등 화학물질을 취급한 만큼 화학사고에 대한 우려도 증가한 상황이다.
◆ 화학사고 5년 새 두배 급증…올해 '화학사고 예방 R&D 예산 40% 삭감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화학사고는 115건으로 5년 전(2019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화학사고는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 지속 증가했다. 사고 건수는 2019년 58건이었으나 2020년 75건, 2021년 93건, 2022년 67건, 2023년 115건으로 집계되면서 5년 새 98%의 증가율을 보여줬다(그래프 참고).
이처럼 화학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고 예측·예방을 위한 연구 예산은 줄었다.
환경부는 2022년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연구개발사업(R&D)'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 예산은 22억2600만원에서 2023년 49억7400만원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40% 감액된 29억5800만원으로 급감했다.(그래프 참고)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뤄진 'R&D 예산 삭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 부처 R&D 관련 2024년 예산을 전년 대비 5조2000억원(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같은 R&D 예산 급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연구비 카르텔'을 지적한 뒤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 먹기식, 갈라 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R&D 예산 전면 수정 지시에 전 부처의 R&D 예산이 급하게 줄었다. 이후 국회는 R&D 예산 삭감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안보다 6000억원 올린 예산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후 R&D 예산이 전반적으로 조정됐다"며 "R&D 예산 관련 '비효율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중복 투자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이 있었다. 일부 국가전략기술, 미래 먹거리 산업 등을 제외한 전반적인 모든 사업이 거의 감액됐다"고 설명했다.
◆ 내년 예산 증액 여부 불투명…"기재부 방침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원복할 수 없다는 것"
지난달 27일 과기부가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을 증액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R&D' 예산이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이 깎인 것은 원상복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를 원복하면 그걸(구조조정을) 번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학물질 유·누출 감시, 예측·예방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점에서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증액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R&D' 필요성에 대해 이영주 경일대 교수는 "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즉시 위험범위를 확인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피해 예측, 위험범위 예상 등 '눈의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누가 대응할지 등 손과 발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예산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25년 예산 정부안은 오는 9월 초 확정된다. 그전까지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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