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2단계 7월→9월로 연기
대출규제 정책 시행 앞두고 돌연 뒤집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주담대 급증 우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촉박하게 연기를 결정하면서 불편이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을 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출 규제 정책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 시행을 돌연 2개월 연기된 것과 관련해 최근 언급한 발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스트레스 DSR 단계별 도입 계획을 밝혔다. 대출 수요자들의 급격한 대출한도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1단계(산정된 스트레스 금리의 25% 반영), 7월부터 2단계 도입(스트레스 금리의 50% 반영) 등 단계적으로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변동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준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금리 변동에 취약한 변동형 주담대 대신 고정형 주담대 취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했다.
4월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곧 던져왔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하지만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7월에서 9월로 돌연 연기하면서 가계부채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DSR 2단계 도입이 두달 연기되면서 도입 전 가계대출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담대 최저금리가 2%대로 진입하면서 주담대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기준 552조1526억원으로 전월 546조3060억원 대비 5조8466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 폭은 4월 4조3433억원에 이어 5월 5조3157억원보다도 가파른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5298922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22조원 가량 급증한 셈이다. 스트레스 DSR 시행 연기로 주담대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돌연 연기가 "부동산 가격을 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도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고려한 것임을 인정했다. 그는 "부동산 PF의 연착륙과 자영업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결국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 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해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금융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스트레스 DSR 시행을 미룬다는 것은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대출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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