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앱 '땡겨요', 독과점 구조에 성장 한계
배민 점유율 70% 육박, 10년 넘게 시장 독점
소상공인 부담 급증, 수익은 독일 본사로 배당
출혈경쟁에 골목상권 고사, 구조적 개선 시급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춘 상생 배달앱 '땡겨요'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이 배달시장의 오래된 '독과점' 논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우월적 사업자로 인한 폐해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이 최대치에 도달했지만 특정 사업자 수익이 대부분 해외로 유출돼 '시장 재투자를 통한 상생'이라는 구도 자체가 무너졌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공정한 경쟁과 골목상권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땡겨요 사세 확장을 위한 추가적인 소상공인 지원방안 및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협력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신한금융표 상생앱, 독과점 배달시장 한계 직면
2021년 12월 서비스(베타오픈) 시작한 땡겨요는 '상생'을 목표로 출범한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다. 배달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폐지하고 판매 수수료도 2% 이하로 낮춰 소상공인(가맹점주) 부담을 크게 낮췄다. 지금까지 절감한 수수료 금액만 150억원을 넘어선다.
[사진-신한은행] |
지역화폐도입 등을 통한 지역사회(지자체)와의 상생도 순항중이다. 서울 광진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곳의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체 할인에 지역화폐 할인까지 더하면 소비자 부담은 15%까지 줄어든다. 할인에 소요되는 비용은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 전액 신한은행이 부담한다.
여기에 당일 대출을 정산하기 전 예상되는 금액을 바탕으로 7~8%에 달하는 수수료를 면제해 대출을 지원하는 '선정산대출', 하루 최대 300만원까지 선입금대출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및 1일 1500원 이자로 지원하는 '다땡겨드림대출' 등 소상공인 전용 금융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파격적인 지원이지만 성장세는 아쉽다. 1분기 기준 가입자 300만명, 가맹점 14만3000여곳으로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배달시장이 '독과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후발 주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경쟁이 사라지며 소상공인의 부담을 날로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특정 사업자 수익만 커지는반면 소상공인들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는 독과점 시장의 전형적인 악영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가맹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민 점유율 70% 육박, 독일 배당만 연 4000억원
신한은행이 직격한 독과점 사업자는 배달의민족(배민)이다. 2010년 출시돼 배달앱 시장의 시작을 알린 후 절반 이상을 점유하던 배민은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게 4조7500억원에 매각된 후 현재는 70%까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배민의 등장으로 배달음식 시장규모는 지난해 26조4000억원으로 2019년 9조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반면 독과점의 영향으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배민의 평균 수수료는 10% 초중반대. 하지만 광고비와 각종 배달옵션(신속배달) 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를 감안하면 소상공인들이 내야 하는 비용을 매출의 20%를 넘어선지 오래다. 게다가 다음 달 1일부터 배민 포장 주문에 새로 가입하는 점주에 대해 중개 이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폐해는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문제로 제기됐지만 독점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가장 매출이 큰 플랫폼을 포기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독과점으로 발생한 수익이 국내 배달시장을 위한 재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배민이 DH라는 해외기업에 인수된 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배달의민족 앱 아이콘.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
실제로 배민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의 막대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의 60%가 넘는 4127억원이 배당금 명목으로 DH로 넘어갔다. 기업이 수익을 시장에 재투자해 점주들과 함께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형적인 '상생' 모델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성호 땡겨요사업단장(본부장)은 "사업을 할수록 독과점 시장에 대한 소상공인의 불만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다"며 "과연 이 시장의 이 같은 구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모두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달시장 '상생' 무너져, 구조적 해법 찾아야
신한은행은 하반기에도 소상공인 지원 확대와 지자체 협력 강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땡겨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브랜드 홍보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 계획도 있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경쟁사 대응 시 자칫 또다른 가맹점주 부담으로 이어질 '출혈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사업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배달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융만의 상생전략만으로는 배달시장에 오래된 독과점 폐해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당국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공정위는 2020년 12월 DH와 배민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당시 DH가 가지고 있던 배달앱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매각할 것을 결정한바 있다. 한때 90%를 넘어섰던 배민의 점유율이 현 70%대로 낮아진 이유기도 하다. 여전히 독과점인 현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 본부장은 "수익을 염두에 둔 사업이 아닌만큼 앞으로도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건강한 배달시장 형성을 1순위를 두고 땡겨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자체 협력 강화 등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배민측은 "당사 중개이용료는 6.8%로 타 플랫폼보다 낮고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다"며 "2030년까지 사장님 성장, 라이더 안전, 친환경 배달문화 조성을 위해 총 2000억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지속 가능한 성장 및 배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