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전날 양재 꽃시장 둘러보니
카네이션 찾는 상인 없어 한산
마감 시간 임박하니 떨이 가격표 붙어
"연휴 탓에 꽃 소비 더 줄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어버이날 대목을 누려야 할 서울 양재 생화도매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궂은 날씨처럼 좋지 않았다.
부모님이 1991년 양재꽃시장이 문을 연 해부터 운영해 온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상인 조씨(37)는 "매출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며 "이 정도 불황은 처음이다. 코로나 때도 이러진 않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고정 거래처에서 주문량을 확 줄였길래 애초에 꽃을 많이 들여오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예전만큼 어버이날 카네이션 선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동네 꽃집 사장님들도 주문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전날인 지난 7일 특수를 누려야 하는 시기지만 양재 도매꽃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사진=노연경 기자] |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시장에서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고 가는 손님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돌돌 말린 신문지 안에는 카네이션 대신 장미나 작약이 들어있다.
꽃 선물보다 용돈이나 여행같이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상인들은 카네이션 수요가 매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카드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선물로 92%가 용돈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네이션을 선물하겠다는 답은 24%에 그쳤다.
용돈과 식사로 어버이날 선물을 대신했다는 회사원 박영환(32)씨는 "같이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카네이션 선물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수로 인해 올라야할 절화 구매량도 올해는 감소했다.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절화 구매량은 56만 단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7%, 경매 금액은 33억6900만 원으로 6.76% 각각 줄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 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구매하고 있다. 2024.05.06 leehs@newspim.com |
상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더 차갑다. 상인들은 대체로 매출이 30~50% 정도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꽃 시장 마감 시간이 임박하자 빽빽이 꽂혀있던 카네이션 위로는 떨이로 적힌 가격표가 올라갔다.
상인 A씨는 "원래 꽃시장에선 가격표를 안 올려둔다. 가격표를 올려두는 이유는 싸게라도 팔아야 할 때뿐"이라며 "국산 카네이션 한 단을 1만7000원에 경매로 사 왔는데, 1만5000원으로 가격을 낮춰도 안 팔린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이상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중도매인연합회장은 "보통 꽃집들은 3일 전부터 어버이날 꽃을 사간다. 잘 팔렸다면 직전 날인 오늘까지 와서 더 사가야하는데 오늘은 새벽에도 지금처럼 손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사가 안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와 긴 연휴 탓이 있는 것 같다"며 "꽃은 필수 소비재가 아니다보니 올해처럼 어버이날 직전 긴 연휴가 있으면 다른 데 돈 쓸일이 많으니 꽃을 사러 안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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