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울진 할미들이 산중에 풀어 놓은 바다...맛깔난 '미역취'의 기억

기사입력 : 2024년04월22일 09:11

최종수정 : 2024년04월22일 09:12

할미들의 지혜 듬뿍 담긴 산나물의 향연...'느리미' 탄생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산에서 바닷냄새가 난다/ 지천으로 돋아나는 미역취가 뿜어대는 시큼한 바닷냄새/ 산이 출렁거린다/ 꿀풀과 맥문동 자줏빛 눈부신 향내를/ 꿀벌들이 마구 넘나든다/ 괭이밥과 꽃다지가 온 산허리를 채우며 푸른 봄을 풀어놓는다/ 어쩌다 우리 할미들은 산 중에 바다를 만들었을까/ 평생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꿈을 꾼겔까/ 넘쳐흐르는 바다를 몸 속에 담은 겔까/ 짭짤하면서도 훅 입안을 상쾌하게 훔치는/ 누이와 에미는/ 산 중에 바다를 풀어놓고/ 깊고 깊은 자궁을 씻어낸 것일까/ 돌미역처럼 깊이 뿌리내리고 온 바다를 유영하는/ 미역취를 뜯는 손가락에/ 푸른 바다 뚝뚝 달려온다 <남효선 시 '산나물을 뜯는다' 전문 시집 『둘게삼』>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 전통 장시인 '바지게시장'에 나온 산나물. 2024.04.22 nulcheon@newspim.com

◇ 상큼비릿한 돌미역 향.달큰 쌉쓰름한 산나물 내음 어우러지는 울진의 봄

산야가 새 봄의 향을 풀풀 날리는 봄이다.

동해연안과 백두준령의 끝자락에 맞닿아 있는 울진지방의 봄은 바다가 토하는 상큼비릿한 돌미역 향과 태백의 너른 품이 키우는 달큰 쌉쓰름한 산나물 내음으로부터 온다.

울진의 온천마을이자 산중마을인 온정면 문골마을의 초입에 자리한 마을회관에 팔순의 안노인들이 왁자하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여서 제법 여유로운 풍경이다.

손녀를 껴안고 연신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노할미, 함께 나눌 점심으로 산나물밥을 장만하기 위해 갓 뜯은 산나물을 다듬는 할미, 또 한 쪽에서는 이미 화투놀이가 한창이다.

나물얘기를 듣고 싶어 찾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옥분할미가 손사래부터 친다.

"나물 얘기 몸서리나니더" 하면서도 옥분할미가 산나물 얘기를 술술 풀풀 놓는다.

"그 때는 산나물 안 해 먹으면 죽는 줄 알았지."

옥분 할미의 산나물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사람들이 봄 산나물 중 으뜸으로 치는 미역취 등 취나물. 2024.04.22 nulcheon@newspim.com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 죽변항 봉개마을의 자연산 돌미역 건조작업. 2024.04.22 nulcheon@newspim.com

햇닢이, 참나물, 잔대싹, 돌나물, 콩따대, 팥따대, 이밥추, 미역추, 대래몽둥이, 모시딱지, 종자나물, 각시나물, 머구, 개미추, 꼬까리, 무꾸나물, 묵밥디디기, 잉어대, 챔빗나물, 총각대, 지장나물, 고사리, 햇쑥, 달랑갱이...

옥분할미의 산나물에 대한 기억은 흡사 실꾸리처럼 끝도 없다.

1960년대 먹을거리가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을 넘어 온 노 할미들에게 산나물의 이름과 맛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연정 같은, 아슴푸레한 추억 같은 것일 게다.

겨우내 아껴두었던 양식이 바닥을 보이는 봄 날, 마을 고샅길을 지나 한 마장거리의 산 속으로 들어가면 세상은 산나물 천지였다.

갓 시집 온 새댁들은 아이를 두엇 둔 선배 새댁을 따라 산중을 헤매며 지천으로 돋아나는 산나물을 뜯었다.

새 봄에 가장 먼저 만나는 나물은 '햇닢이'였다. 화살나무에 돋는 새순이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이다.

전국 각지의 낮은 산에서 주로 자생한다.

줄기에 화살의 깃처럼 생긴 날개가 길게 나있어 화살나무라고 부른다.

나무의 줄기 모양이 화살 날개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 때문에 귀신을 쫓는다고 여겨 '귀전우(鬼箭羽)'라고도 부르며 또 참빗나무, 홋잎나무라고도 부른다.

'햇닢이'는 화살나무의 새 잎으로 대게 3월 초면 돋는다. 그러나 나물 중에서는 등급이 제일 낮은 층에 속한다. 타박타박하고 별다른 맛이나 향이 없기 때문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의 사월은 산나물 세상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개두릅, 고사리, 머구나물 줄기, 머구나물. 2024.04.22 nulcheon@newspim.com

◇ 산나물도 등급매겨... 맛.향.식감.모양.저장성 등 정교한 기준

옥분할미는 지천으로 돋아나는 나물도 등급이 있다고 말한다.

할미들은 나물의 맛과 향, 식감, 모양, 저장성 등 꽤나 정교한 기준으로 등급을 매겼다.

가장 상급에 속하는 나물은 우선 맛과 향이 독특하고 뛰어난 것들이다.

이밥추, 원추리, 모시딱지, 참나물, 취나물, 잔대싹, 개두릅, 곤달래 따위이다.

또 표면에 털이 없이 반들반들하고 보드라운 질감을 가진 나물을 최상급의 나물로 여겼다. 맛이나 독특한 향이 없거나 묵나물로 만들지 못하는 나물은 별로 취급받지 못했다.

옥분할미는 맛과 향이 없는 나물들을 "풀 같은 맛"이라고 정의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개두릅과 머구나물. 2024.04.22 nulcheon@newspim.com

그 중에서도 참나물과 미역취, 곰취, 이밥추, 꼬갈추 등의 취나물과 개두릅, 쑥은 최상급으로 친다.

참나물과 취나물은 향이 좋아서 최고의 나물로, 이밥추와 모시딱지는 취나물에 비해 향은 덜하지만 표면이 반들반들하고 식감이 좋아 쌈을 싸먹기에 좋았기 때문에 할미들의 기억 속에는 최고의 나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사리는 깨끗한 나물로 여겨 잘 말려 놓았다가 환갑잔치나, 가장(家長)의 생일 등 집안의 큰일이나, 손님 접대 음식으로, 특히 제사 음식으로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당시 아낙들은 고사리를 뜯으면 바로 먹지 않고 잘 말려 묵나물로 활용했다.

나물을 맛과 향에 따라 등급을 매겼듯 나물마다 사용하는 양념의 활용도 다양했다. 맛과 향이 좋은 나물에 양념을 잘못하면 나물 본래의 향과 맛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나물마다 어울리는 양념을 사용했다.

최고의 나물로 취급받은 참나물과 취나물 따위는 갓 뜯어오면 무침으로 장만하는데 주로 다진 마늘과 생강에 참기름을 넣어 무쳐 먹었다.

매우 고급스런 산나물 레시피인 셈이다.

가시가 숭숭 돋은 엄나무의 새순인 개두릅은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지만 할미들은 오래 두고 먹기 위해 고추장단지에 박아 '개두릅고추장장아찌'로 장만했다.

60년대를 살아 온 할미들에게 매 끼니를 장만하는 일은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지방의 봄철 산나물 밥상. 2024.04.22 nulcheon@newspim.com

울진지방 식생활 문화의 거의 대부분은 60년대 먹을거리가 태부족하던 시절에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진지방 전통음식의 대표 격인 '고등어느리미'가 그렇고 '꾹죽'이 그렇고 '나물밥'이 그렇고 '쑥버무리'가 그렇다.

모두 제한된 식재료로 많은 식구들의 입을 고루 채워주기 위해 탄생한 '늘려 만든 먹거리'이다. 울진사람들은 '늘려 만든 먹거리'를 '느리미'라고 부른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 전통장시인 '바지게시장'의 봄날 풍경. 2024.04.22 nulcheon@newspim.com

'늘려 만든 먹거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산나물이다.

생선 한토막이든, 돼지고기 한 점이든 많은 식구들이 고르게 먹기 위해서는 양을 늘려야 하고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봄철 지천으로 돋아나는 산나물을 제 때에 뜯어 갈무리해 말려 놓은 '묵나물'이 필수적인 식재료였다.

때문에 할미들은 새봄이면 앞 다투어 산으로 들로 나가 산나물을 뜯었다.

이렇게 마련된 산나물은 햇나물 무침으로 향긋한 밥상에 올랐고, 양식이 떨어지는 이듬해 봄철, 잘 말린 묵나물로 끓인 '나물느리미'로 식구들의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뎁혔다.

'느리미'라고 부르는 전통 먹거리에는 우리의 할미들이 정지 부뚜막에 앉아 그 많은 식솔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짜낸 삶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는 셈이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강릉 옥계항 코카인 추정 마약 대량 적발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강릉 옥계항에 입항하는 외국 무역선 선박을 수색애 코카인으로 의심되는 마약을 대량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전날 두 기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A선밖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 선박은 벌크선으로 3만2000톤이며, 승선원 외국인은 20명이다. 관세청과 해양경찰청이 강릉 옥계항에 입항하는 외국 무역선 선박을 수색해 코카인으로 의심되는 마약을 대량 적발했다. [사진=관세청] 2025.04.02 100wins@newspim.com 두 기관은 합동 검색작전을 수립하고, 선박의 규모가 길이 185미터(m)인 점과 검색 범위 등을 고려해 서울세관·동해해경청 마약 수사요원 90명 및 세관 마약탐지견 2팀 등 합동 검색팀을 구성했다. 검색팀은 2일 오전 6시 30분 옥계항에 긴급 출동해 A 선박이 입항한 직후 선박에 올라타 집중 수색을 실시했다. 수색 중 검색팀은 선박 기관실 뒤편에서 밀실을 발견했고, 집중 수색 결과 개당 약 20킬로그램(kg) 전후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담긴 박스 수십 개를 발견했다. 검색팀이 간이시약으로 검사한 결과 코카인 의심 물질로 확인됐다. 정확한 중량은 하선 이후 정밀 계측기를 통해 측정하고 마약 종류는 국가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확인할 예정이다. 앞으로 관세청과 해경청은 합동수사팀을 운영해 해당 선박의 선장 및 선원 등 20여명을 대상으로 밀수 공모 여부와 적발된 마약의 출처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국제 마약 밀매 조직과의 연관성도 고려해 미국 FBI와 HSI 등 관계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100wins@newspim.com 2025-04-02 17:57
사진
재주는 트럼프가, 돈은 브라질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세로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브라질이 주요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대중(對中) 관세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대체 수입처로 브라질을 주목하고 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중국 가공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기 전부터 브라질산 대두를 비축하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 필요한 물량의 거의 전량을 브라질에서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 수준이었던 브라질산 비중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가격도 상승세다. 상파울루대학 산하 연구기관 세페아(CEPEA)에 따르면, 브라질 항구에서 선적되는 대두의 프리미엄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10% 관세를 발표한 직후 일주일 동안 약 70% 급등했다. 3월 선적 기준으로는 부셸당 85센트를 기록해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닭고기와 달걀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다. 브라질의 가금류·돼지고기·달걀 수출업체를 대표하는 브라질동물단백질협회(ABPA)의 히카르두 산틴 협회장은 올해 들어 브라질의 닭고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달걀 수출은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미국과 달리 조류 인플루엔자를 겪고 있지 않아, 안정적인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라질산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브라질과 중국의 교역 관계는 최근 수년 빠르게 확대됐다. 중국은 2009년에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쇠고기, 철광석,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은 중국의 막대한 수요에 맞춰 수출을 확대해 왔고, 중국은 브라질의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브라질 전체 전력 공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만과 도로, 철도 등 주요 기반 시설 건설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 시장에서도 수출 확대 가능성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요 신발 수출국인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아시아를 제외하고 최대 신발 생산국인 브라질이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다. 하롤두 페헤이라 브라질 신발산업협회(Abicalçados) 회장은 "브라질산 제품에 별다른 관세가 없다면, 미국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무역전쟁 국면에서 오히려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는 브라질 증시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는 9% 넘게 오르며 뉴욕 증시를 아웃퍼폼하고 있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는 9% 넘게 상승, 연중 5% 가까이 하락한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와 대조를 이룬다 [사진=koyfin] wonjc6@newspim.com   2025-04-02 15:3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