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먹는 키위, 매운맛 키위 등 다양한 품종 눈길
재배지도 뉴질랜드 밖으로..."한국도 제스프리 가족"
"2067년까지 키위 출하량 4배 늘리겠다" 장기목표
[타우랑가(뉴질랜드)=뉴스핌] 전미옥 기자 = "바나나처럼 벗겨먹는 키위, 후추맛이 나는 키위도 있습니다."
뉴질랜드 키위육종센터(Kiwifruit Breeding Centre)의 사라 하키 커뮤니케이션·이벤트 담당자는 "키위 품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맛도 천차만별이다"라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제스프리 본사 전경. romeok@newspim.com |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와 뉴질랜드 정부 산하기관인 플랜트&푸드 리서치(Plant&Food Research)가 합작해 설립한 세계 최대 키위연구소인 이곳에는 깜짝 놀랄만한 키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먹는 키위가 있는가 하면 후추나 고추맛이 나는 매운 키위도 있다.
흔히 알려진 그린키위, 썬골드키위(골드키위)와 같이 달콤한 과일을 넘어 식재료로 쓰이는 고추와 피망 등 채소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키위 품종까지 두루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또 직접 만져보지 않고 껍질의 색변화로 후숙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키위 등 기존 키위 맛에 새로운 특성을 더한 품종들도 연구단계에 있다.
주목할 점은 이곳에서 연구되는 기상천외한 키위들이 모두 유전자 조작이 아닌 자연 교배를 통해 얻은 품종이라는 점이다. 사라 담당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만여개 종자를 수집한 다음 직접 키워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다"며 "약 1만개 중 살아남는 종자는 단 6개 수준에 그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뉴스핌] 전미옥 기자 = 뉴질랜드 키위육종센터의 사라 하키 담당자가 다양한 키위 품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romeok@newspim.com |
키위육종센터에는 키위 종자를 실험 재배하는 넓은 부지도 마련돼 있다. 언뜻 보면 키위 농장과 비슷하지만 어린 키위 나무부터 열매를 맺는 성목까지 다양한 키위 나무가 즐비한 것이 차이점이다. 개발 품종의 목표에 따라 암수종자를 선별해 교배하는데 이때 수나무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우수한 품종을 계속 스크리닝(선별)하는 작업을 거친다. 접붙이기 방식을 통해 새로운 품종 묘목을 일반 농가에 심기도 하며 재배 및 수확 과정에서 제스프리와 의견을 교류하며 개선점을 찾기도 한다. 각 단계별로 5년가량이 소요될 정도의 장기 프로젝트다.
이렇게 개발된 신품종은 상품화까지 약 20~30년가량 소요된다. 품종의 특별함과 별개로 시장과 농가의 수요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스프리의 대표 상품인 '썬골드키위'는 키위육종센터에서 10여년 연구 끝에 개발된 품종이다.
올해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루비레드 키위 또한 키위육종센터의 연구 끝에 나온 품종이다. 뉴질랜드 현지에서는 또 다른 신품종인 '키위베리'가 판매되고 있다. 키위베리는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미니 키위다. 방울토마토처럼 껍질이 부드러워 통째로 먹는 과일이다.
[타우랑가(뉴질랜드)=뉴스핌] 전미옥 기자 = 뉴질랜드 키위육종센터에 품종 연구를 위한 키위나무들이 재배되고 있다. romeok@newspim.com |
키위육종센터 현장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 중인 키위베리를 직접 따서 먹어보니 달콤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만 키위베리를 한국에서 맛보기는 당분간 어렵다. 보관기간이 1~3주로 매우 짧아 수출용으로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 그레네월드 농가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키위베리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작은 크기에 따른 포장 방법이나 수출을 위한 저장성 확보 등 개발 과제가 남아있다"고 귀띔했다.
제스프리는 신품종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세계 과일 시장에서 키위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제스프리는 이미 세계 50여개국에 키위를 판매, 글로벌 키위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다만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달콤한 키위, 매운 키위 등 키위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실제 제스프리의 장기 목표는 2067년까지 전 세계 키위 출하량 7억 트레이(1트레이 당 3.5㎏·24억5000㎏)를 넘기는 것이다. 관련해 올해 제스프리의 키위 예상 출하량은 역대 최대 수준인 약 1억 9300만 트레이다. 앞으로 40여년 내에 현재 수준의 4배 가까운 출하량을 달성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또 전세계 과일시장에서 키위 점유율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이같은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제스프리는 신품종 연구에서 나아가 키위 재배지역도 뉴질랜드 밖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스프리 키위가 시작된 뉴질랜드를 넘어 해외 각지에서 고품질의 키위를 재배, 날씨 영향 없이 사계절 내내 품질좋은 키위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타우랑가(뉴질랜드=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제스프리 키위 품질을 검사하는 힐연구소에서 수확단계의 키위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도, 경도 등을 확인하는 해당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제스프리 브랜드를 부착해 판매할 수 없다. romeok@newspim.com |
현재 제스프리 브랜드를 달고 판매되는 키위의 89%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며 이탈리아에서는 10.5% 나온다. 그 외 프랑스,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총 6개국에서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제주도 농가와 손잡고 제스프리 키위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288개 과수원이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제스프리 생산 규모에서 0.2%수준에 불과하지만 매년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제스프리의 생산 노하우를 전용 키위 농가에 공유하고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한 키위는 수확, 출하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스프리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균일한 품질의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하는 방향이다.
워렌 영 제스프리 이머징 마켓 파이낸스 매니저는 "제스프리는 전 세계 재배 농가에 선진화된 키위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생산성을 향상함으로써 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한다"며 "'제스프리 스티커가 붙여진 키위는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생겨난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재배했든, 어느 계절에 먹든, 비슷한 퀄리티와 비슷한 맛, 비슷한 영양성분을 보장해야 과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 우리의 철학이다"라고 덧붙였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