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거부권 행사로 오는 30일 활동 종료
조태열 "우방국과 대체 매커니즘 구상중"
주 유엔 미국대사 조만간 한일 방문할듯
국제사회 북핵 불용인 의지...실효성은 의문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오는 30일 활동이 종료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을 대신할 새로운 대북제재 이행 감시 체계를 찾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무력화되고 북한의 불법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우방국과 함께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러시아 규탄 목적의 유엔 총회 소집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외교부] |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감시 체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북·러 군사협력에 국제사회가 일치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전문가패널의 역할을 맡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난달 28일 전문가패널 활동 연장을 위한 표결이 부결된 직후부터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은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이미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 대사는 조만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 대표부에 각국의 대표들이 주재하고 있음에도 한 나라의 유엔대사가 다른 나라를 순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문제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전문가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대응으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만들어진 감시 기구로 유엔 회원국들은 대북제재위에 제재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갖는다. 전문가패널의 보고서는 각국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제재 위반의 사례와 유형 등을 담은 가장 공신력있는 대북제재 관련 문서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대신할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의무가 아닌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감시 대상인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 실효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의미다.
우선적으로는 주요 7개국(G7)에서 전문가패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구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과 서방국 중심으로 감시 기구를 만들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지역 협의체와 협력을 통해 가급적 많은 나라를 참여시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북제재 매커니즘에 정통한 전직 관료 출신의 전문가는 "어떤 기구를 만들더라도 전문가패널과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무엇이 됐든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효성은 떨어지지만 북한의 불법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대체 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과 같은 레짐을 이용하는 방안도 예상해볼 수 있다. PSI는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기 위해 2003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국제협력활동으로 전세계에서 100여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WMD 관련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자국 영해, 영공 등에서 의심 선박이나 항공기의 화물을 검색, 압류하는 등의 활동을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 러시아와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이행 감시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