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해외한류실태조사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은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2023년 기준)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류 대표성과 대륙별 인구수를 기준으로 국가별 표본을 800~1200명에서 700~1600명으로 보다 세분화하고, 장르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호감‧요인과 호감 저해요인을 현행화함으로써 조사 시의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한류 경험자 10명 중 7명, 한국 문화콘텐츠 "마음에 든다"
26개국 한류 경험자 중 7명(68.8)이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호감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86.3%), 인도(84.5%), 태국‧UAE(83.0%), 베트남(82.9%) 순으로 전년도와 같았다. 문화콘텐츠별 호감도는 드라마(75.7%), 뷰티(75.1), 영화(74.6%), 예능(74.5%) 순으로 한류 경험자들이 타 장르 대비 방송영상 장르에 더욱 흥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경향은 2020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 표지.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최선호 한국 드라마, 영화는 '오징어 게임'‧'더 글로리', '기생충'
한국 드라마 경험자들은 여전히 '오징어 게임'(9.0%, 2021년작)을 최선호 드라마로 꼽았다. 답변 비율은 2021년 21.2%에서 2022년 11.3%, 2023년 9.0%로 점차 줄었으나, 기타 작품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2위와 3위에는 '더 글로리'(3.4%), '킹더랜드'(2.6%)가 올랐다. '오징어 게임'이 유럽(23.7%), 미주(8.3%)를 중심으로 인기를 보였다면, 2위 '더글로리'는 아시아‧태평양(5.4%)에서 선호됐다.
최선호 드라마는 구작 위주의 선호를 보이고 있지만, 신작 이용도 적지 않았다. '택배기사'(2.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1.6%), '이두나'(1.3%), '무빙'(1.2%) 등 10위권에 포함된 나머지 작품은 2023년 신작으로, 글로벌 OTT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동시 이용을 확인하게 했다. '최선호 영화' 역시 드라마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 연상 이미지(2012-2023).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기생충'(7.9%)과 '부산행'(6.0%)이 5년 연속 1, 2위를 차지했지만, 2023년 개봉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4%), '발레리나'(2.0%), '유령'(1.7%), '정이'(1.2%), '길복순'(1.1%)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OTT에서 제작‧유통된 구작의 글로벌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작을 능가하는 화제작은 부재한 데에서 비롯된 결과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정국(BTS) 가장 좋아하는 가수 1, 2, 4위 기록군 입대 공백과 재계약 이슈에도 방탄소년단(29.1%), 블랙핑크(13.1%)가 각각 6년, 5년 연속 최선호 한류 가수/그룹 부문 1, 2위에 올랐다. 솔로로 데뷔한 방탄소년단 정국은 '빌보드 핫 100' 1위,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2023 연간 글로벌 싱글 차트' 10 등의 성과를 내며 응답률 전체 4위(2.7%)를 기록해 BTS 개별 멤버의 파급력을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은 미주, 유럽, 중동까지 고른 선호를 보이는 반면, 블랙핑크는 아시아‧태평양 선호율이 높았다.
아시아‧태평양 '탄탄한 스토리'-유럽은 '한국 생활‧문화' 호감, 중동‧아프리카는 '언어장벽' 언급
드라마에서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26.1%)와 '배우의 매력적인 외모'(22.5%)가 1, 2위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조사에서 새 항목으로 추가된 '순수한 연애 스토리'(22.3%)가 3위에 올랐다. 전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두드러졌다면, 후자는 주로 미주에서 지역에서 관찰돼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미주 지역 내에서 매력적인 소구점으로 작용함을 확인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한국 생활과 문화에 대한 간접 경험'(13.6%)이 호감 요인 1순위로 지목됐는데,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 호감도가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지역의 정서와 일치했다. 한편 전 권역에서 '번역자막/더빙의 불편함'(21.1%), '어렵고 생소한 한국어'(19.7%) 등 언어 관련 문제가 호감 저해요인으로 대두됐다.
K-Pop의 경우 '음악 자체가 좋아서'(43.0%), '퍼포먼스먼스가 좋아서'(30.3%), '매력적인 외모나 스타일'(20.8%)이 호감요인으로 지목된 반면, '어렵고 생소한 한국어 가사'(22.8%), '지나친 상업성'(17.9%), '장르의 획일성'(16.6%) 등이 호감 저해요인으로 꼽혔다. 신규 항목으로 배치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팬덤 문화'(16.3%)도 호감 저해요인 4위로 지목됐다. 이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국가와 민족이 K-pop 산업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발생한 국내-해외 팬덤 간 갈등이 반영된 결과인지 주목된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2018-2023).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높아진 인기만큼 부정 인식도 강해져...선정성, 획일성, 상업성 지적 많아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동의 여부를 묻자 32.6%가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5.5%p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37.1%)가,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54.0%), 이집트(54.0%), 말레이시아(45.8%)에서 부정 인식이 높았다. 대체로 한류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20대에서 관찰된다는 점, 한류 대중화의 핵심 지역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가 손꼽힌다는 점, 나아가 타 문화권에 대한 문화적 차이(gap)가 없지 않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한류 인기와 대중화에 비례해 부정 인식 수치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정 인식 공감 이유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24.9%), '획일적이고 식상함'(22.0%), '지나치게 상업적'(21.1%) 순으로 집계됐으며, 주로 콘텐츠 내부의 품질 차원에 문제 인식이 집중됨을 알 수 있다. 5년 전(2018)년과 비교했을 때 '남북 분단/북한의 국제적 위협'(6.3%→6.1%),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5.1%→3.2%) 등 콘텐츠 외부 요인에 따른 부정 인식 동의 비율은 각각 0.2%p, 1.9%p 줄었으며, 이는 고연령층에서 주로 관찰되는 특성이었다.
한류 경험자 72.9%, '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살펴본 결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72.9%에 달했다. 이는 전년 70.7% 대비 2.2%p 상승한 수치로, 최근 5년(2019~2023)간 지속 증가했다. 특히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인식하는 상위 3개국은 UAE(73.1%), 사우디아라비아(72.6%), 이집트(70.8%)인 반면, 러시아(43.5%), 이탈리아(36.3%), 중국(32.8%)이 하위 3개국으로 지목됐다.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비중(2019-2023).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소비 측면에서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은 66.1%로, 전년 대비 5.8%p 상승했다. 나아가 전체 응답자의 57.9%가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으며,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81.4%), 베트남(78.6%), 사우디(74.5%) 등에서, 성별‧연령별로는 여성(56.5%), 20대(61.6%)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인도‧중동‧아프리카, 향후 한류 영향력 확대 기대
한류 경험자의 절반 이상(50.7%)이 '향후 한국산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이집트(75.6%), 사우디(73.0%), UAE(72.9%), 베트남 (72.1%), 인도(70.1%), 남아공(57.4%)에서 26개국 평균 50.7%를 크게 웃돌았다. 이와 달리 일본(41.7%), 이탈리아(20.4%), 스페인(20.8%)의 경우 '구매의향 없음' 비율이 높았다. 제품/서비스별로는 식품 구매의향(64.7%)이 가장 높았으며, 한국 방문(61.8%), 음식점에서의 식사(61.4%), 의류 구매(52.8%), 가전제품 구매(52.7%)로 나타나 한국산 제품/서비스의 폭넓은 소비의향을 보였다.
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한류를 비롯한 한국문화에 대한 해외 수요 등 생생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K-콘텐츠의 인기가 연관산업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류 부정 인식과 저해요인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대응할 만한 심도 깊은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한류의 인기가 높으면서 연관 산업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K-콘텐츠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면 콘텐츠 수출과 함께 연관 산업의 수출까지 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콘텐츠 소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도 비즈니스 센터 개소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K-콘텐츠가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