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기술장벽과 트럼프의 무역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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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가 자레드 코헨은 올 가을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의 대(對) 중국 정책은 누가 백악관의 주인되는냐에 따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바이든식 반중(反中)과 트럼프식 반중의 차별점을 두 단어로 압축하면 `기술(Technology)`과 `교역(Trade)`이라 했다.
긴 시간축 하에서 세상은 다극화로 나아가는 운동을 지속할 테고, 서구 진영과 권위주의(중국 러시아 등) 세력 사이에서 능히 줄타기를 할, 일명 `지정학적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국가들은 경제와 금융(투자)의 세계에서 계속 존재감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는 가장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로서 이미 존재감을 높이고 있으며 걸프만(아랍)의 부유한 국가들과 싱가포르, 노르웨이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1. 바이든의 반중(反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코헨은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로 주전공은 국제관계다. 2006년~2010년 국무부 정책기획실에 몸 담으며 콘돌리자 라이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후 구글 CEO인 에릭 슈미츠의 수석 고문으로 일하다가 2016년에는 구글이 설립한 직소(Jigsaw)의 CEO를 맡았다. 작년부터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겨 지정학 및 인공지능(AI) 관련 컨설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막후에서 세계 정치를 주무른다는 미국외교협회(CFR)의 회원이기도 한 코헨은 지난 3월12일자 보고서에서 `가을 대선과 미국의 대(對) 중국 정책 향방`에 대해 논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 특히 대중(對中)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과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코헨에 따르면 바이든 1기의 대중(對中) 정책은 `기술 접근`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두번째 임기가 주어져도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장벽(Technology Wall)을 높이는 주력할 전망이다. 코헨은 바이든식 접근법은 핵심 산업 공급망의 재편 혹은 내재화를 통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고 했다.
코헨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우리는 산업정책의 부활을 보았다"며 "반도체·과학법(CHIPS)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반도체와 전기차 부문의 산업정책 부활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는 정치외교와 경제·산업 정책이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와 패권 유지`라는 큰 범주 안에서 상호결합하는 고전적 사례에 해당한다.
2. 트럼프의 반중(反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도널드 트럼프의 대중(對中) 정책은 그의 전매특허인 무역정책에서 차별점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재등장은 국제사회에 떠들썩한 볼거리를 제공할 텐데, `관세공격 시즌2`는 미국 우선주의, 스트롱맨의 귀환과 같은 상징적 스토리를 만들어내기에 적합하다.
코헨은 "트럼프는 이번 선거 전략으로 무차별적이고 전면적인 10% 관세부과를 들고 나왔다(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고율관세를 예고한 상태다)"며 "트럼프 1기를 떠올리면 여전히 그는 무역, 특히 제조업 관련 무역을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교 우위론에 기반한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라 남이 얻어면 나는 그만큼 잃게 되는 제로섬의 관점에서 무역을 바로보게 되면 대외 정책은 한층 공격성을 띠게 된다.
코헨은 "그런 (제로섬 게임에 입각한) 인식이 재임시절 `미국 노동자들이 세계화와 기울어진 운동장(불평등교역)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 특히 `중국과 교역에서 오랜 세월 미국은 착취를 당했다`는 주장을 낳았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무역관(觀)은 계속 대중(對中) 정책의 뼈대가 될 것이라는 게 코헨의 설명이다.
코헨은 트럼프 시절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던 맷 포팅거의 얼마전 발언을 소개하며 취임과 동시에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공격이 속도감있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팅거는 지난 2월14일 "트럼프가 당선되면 슈퍼 301조(통상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관행에 대한 대대적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3. 유산승계
큰 틀에서는 누가 집권하든 워싱턴의 초당적 반중(反中) 행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임자의 반중 정책을 뒤집지 않고 고스란히 승계하며 일련의 보호주의 색체를 더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헨은 "바이든의 경우 관세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지만, 트럼프 시절의 관세를 상당부분 존치시켰다"며 "심지어 연방정부 조달에 있어서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조항과 같은 새로운 보호주의 정책을 추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시절 추가된 대중(對中) 기술 장벽을 고스란히 승계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 자신의 선명성을 보태려 들 가능성이 크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바이든과 트럼프를 관통하는 큰 정치적 조류는 `미국 우선주의`다.
이와 관련 코헨은 "무역과 관련해 바이든이 폈던 가장 비중있는 정책은 다자협정이 아니라 국내 투자 견인책이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의 IRA와 CHIPS 법안 모두 세감면과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재편했는데, 대부분의 혜택은 미국 안에서 생산되는 재화에만 적용되기에 미국 동맹들을 놀라게 했다(미국 제조업에 대해 열위에 놓이지 않을까 많은 동맹들이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