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10대 마약류 사범 481명…5년 전 대비 4배↑
온라인상 마약 제조법·의약품 오남용 사례 판쳐
전문가 "약물 기본 교육부터 시작해야"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0대 마약류 사범이 역대 최다치를 찍은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감기약 마약 제조법', '감기약 먹방' 등 약물 오남용 사례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마약류 접근에 대한 시민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마약은 물론 약물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유튜브에 '감기약 먹방'을 검색하자 각종 의약품을 복용하고 후기를 전하는 영상들이 눈에 띄었다. 2024.01.30 allpass@newspim.com |
30일 법조계와 '2022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2년도 10대 마약류 사범이 총 481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119명)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보급과 이를 이용한 마약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젊은 층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일반 시민들은 마약 제조법을 쉽게 알 수 있고, 의약품 오·남용 영상 등은 SNS나 동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감기약 슈도에페드린 추출법'을 검색하면 화학식을 소개하는 외국 사이트가 나온다. 슈도에페드린은 필로폰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감기약 성분으로, 이 성분을 이용해 마약을 제조하는 마약법 위반 행위도 해마다 적발되고 있다.
여기에 연관검색어로 나오는 '마약 대용 감기약', '감기약 과다복용 후기' 등도 일반인들의 환각 증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실제 한 누리꾼이 관련 동영상에 "감기약 과다복용하면 환각된다고 해서 코감기약 3통을 사서 먹었는데 머리만 아프다. 뭘 해야 환각이 오냐"고 묻자, "술과 함께 섭취하면 약효가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더라"라는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아울러 '감기약 먹방'이나 '감기약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등 영상은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영상들은 보통 복용할 약물들을 순서대로 보여준 뒤 물이나 음료와 함께 삼키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본 플랫폼 이용자 중 일부는 "약도 맛있게 드셔서 먹어보고 싶다", "재미로 먹어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약물 복용에 대한 낮은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마약류 제조법이 확산되면서 주거지에서 마약을 만들다 적발되거나 인터넷 등에서 마약 제조 방법을 배워 판매하다 붙잡히는 일 등도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 중랑구의 주거밀집 지역, 김해시 소재 아파트 등에서 대마 재배·제조 시설을 설치한 일당을 각각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유통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했으며 직접 대마를 흡연하기도 했다.
일반 의약품과 화학 물질을 혼합해 만든 필로폰을 제조·유통·투약한 일당도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필로폰을 제조한 총책과 그의 공범,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받은 투약범 등 마약사범들을 송치한 바 있다.
이들은 필로폰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약국에서 구입하고, 외국 사이트에서 필로폰 제조 과정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마약 제조나 약물 오남용 사례가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지만 규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워낙 무분별하게 올라오다 보니 관련 부서에서도 일일이 다 찾아내고 규제하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제조 방법을 공유하면 처벌받게 돼있으나, 약물 과다 복용 영상의 경우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과 별개로 처벌하긴 쉽지 않아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약류관리법 제62조에 따르면 마약류와 관련해 금지되는 행위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한 자 등에 대해 처벌하게 돼 있다. 처벌 수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박 변호사는 특히 상대적으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10대들에게 약에 대한 기본 교육부터 진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어릴수록 '어떤 약물이든 오남용 시 부작용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학교와 가정에서 일반 마약뿐만 아니라 약물의 부작용이나 복용법, 보관법 등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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