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과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에 의료계 거센 반대 나타내
최영식 연세의대 교수 "한약 먹고 3개월 이내에 46.2%가 유산"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해당 법안의 내용 중에는 난임치료 지원을 한방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30일 의협회관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률안이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방난임치료가 과학적 유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유산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스핌] (왼쪽부터)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최영식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이중엽 함춘여성의원장 |
한방난임 지원 사업은 2009년 대구시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익산·순천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비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모자보건법 제11조 제2항 제1호의 난임 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에서 '한의약육성법 제2조제1호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 난임치료 비용의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동법 개정안 제11조의 2에 '한방난임치료'라는 용어가 추가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은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보조생식술, 한방난임치료 등 난임치료에 관한 의학적·한의학적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최영식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할 때는 무엇보다도 그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기반이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6억 2천만원의 연구비를 들여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김동일 교수에 의뢰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교수팀은 2015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 원광대광주한방병원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해당 연구는 대조군(control group)을 생략한 채 연구를 진행해 과학적으로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조차도 설정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인불명으로 난임으로 진단된 20~44세 대상 여성 100명에서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14.4%였고, 그 중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다.
최 교수는 "이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부부에서 같은 기간 기대할 수 있는 자연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이며, 더군다나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2%(6/13)명의 여성이 유산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임신 후의 유산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결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미 여러가지 원료를 포함하는 한방제제의 특성 상 모체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료가 포함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고, 각종 원료에 대한 여러가지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이 부족해 한방제제가 오히려 모체와 태아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에 대한 법률안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표 =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위)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결과 (아래) 김동일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교수 연구결과 |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김동일 교수 연구에서 한약 복용 중 3개월 이내에 임신한 사람은 총 13명이고 이 중 6명이 출산해 실패했다. 절반에 가깝던 출산 실패율이 한약 복용 3개월 이후에는 0명으로 바뀌었다"며 "더 큰 데이터는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118명에 대한 2016년 연세대 원주의대 김춘배 교수팀 보고서이다. 한약 복용 중 3개월 이내 임신한 87명 중 2명이 사산하고 24명이 유산했다. 3개월 이후에서 6개월 이내 사이에 임신한 31명 중에는 3명만 유산했고 사산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두 데이터를 종합하면 임신 시기가 한약 복용 후 3개월 이내이면 3개월 이후에 비해 출산 실패율이 3.6배나 된다"면서 "사업기간 종료로 조사하지 않은 임산부들의 출산성공여부, 태어난 아이들의 현재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장은 "출산만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출산이 관건"이라며 "정자가 수정된 이후부터 10주 사이를 가장 위험한 기간으로 보고 있다. 특정 약물을 복용했을 때 유산 확률이 유난히 높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이 법안을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딸이나 며느리에게 난임치료 목적으로 한약을 먹일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법은 통과됐지만 국민들이 약을 먹지 않도록 강력하게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