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만명 당 1곳…프랑스는 4.9곳, 스페인·포르투갈은 2.5곳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금융권이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지점 3곳 중 1곳 이상을 폐쇄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금융기관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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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모습.[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통계청(ONS)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은행과 건축조합, 신용조합이 운영하는 금융 지점은 2024년에 6870곳으로 줄었다. 지난 2019년 1만410곳에 비해 34%(3540곳)가 사라진 것이다.
올해도 지점 폐쇄는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계 글로벌 은행인 산탄데르는 지난 3월 "영국 내 지점 444곳 중 95곳이 올해 중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즈와 냇웨스트(NatWest·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주택금융회사 핼리팩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오는 11월 말까지 11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UK파이낸스의 개인금융 부문 이사인 피터 타일러는 "고객 수요와 시장 변화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은행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며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이로 인해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은행 폐쇄 속도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 카니(Kearney)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인구 1만명 당 은행 지점수는 프랑스는 4.9곳,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5곳인 반면 영국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지점의 급격한 감소는 일부 노인과 사회 취약계층의 은행 업무 이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은행 사막'의 출현을 막기 위해 일명 '현금 접근에 대한 권리' 보장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금융 감독 기관인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지난해 은행과 건축조합이 지역 현금 접근성을 평가하고 네트워크의 격차가 발견되면 대체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영국 금융계는 주요 은행과 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오는 2029년까지 소비자가 현금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은행 허브' 350곳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설립된 은행 허브는 179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