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군 공여지 미반환 정부 규탄 성명서' 다시 발표
범대위 위원장 등 참석…김승호 의장 "공정·상식 없다"
"동두천 계속 무시땐 시민 목숨걸고 투쟁 나설것" 분노
[동두천=뉴스핌] 최환금 기자 = 동두천시의회가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추위 속에서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정문 앞에 섰다. 7명의 시의원 앞 현수막에는 "마지막 경고다! 당장 나가라! 못 나가겠다면 당연한 대가를 당장 치르라!"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지난해 11월 10일 결의문 발표 이후 2달 만인 9일 오후 동두천시의회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다시 발표했다. 정부 비판과 비난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동두천시지역발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심우현 위원장 등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동두천시의회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다시 발표했다. [사진=동두천시의회] 2024.01.09 atbodo@newspim.com |
김승호 동두천시의회 의장이 대표로 낭독한 성명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상식'으로 시작했다. "단 한 정거장 거리 버스를 타도 1500원을 내야 하고, 분식점 김밥 한 줄에도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동네 꼬마들도 다 아는 '공정'과 '상식'"이라고 김승호 의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에 따르면 70년 넘도록 시 면적 절반을 미군 공여지로 제공하며 동두천이 겪은 경제적 피해액은 총 20조 원에 이른다. 그동안 동두천시의회는, 정부의 공여지 반환 시기 확약과 공여지 개발 비용 국가 부담 및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동두천시의회의 성명서 발표는,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정부의 '인천 부평 등 미군기지 5곳 총 29만 제곱미터 반환' 결정에서 동두천이 제외된 조치에 대한 강력한 항의다. 성명서는 "나무젓가락 하나 꽂을 땅도, 동두천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해명이나 보상도 아예 없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동두천시의회는 "정부는 동두천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짓밟고 있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동두천시의회는 "특정한 지역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했다면, 그 지역도 마땅히 '보훈'의 대상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국정철학인 '공정'과 '상식'은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구현된다."라고 선언한 동두천시의회는 두 가지 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 동두천 내 모든 미군 공여지를 당장 반환하고,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정부를 정부가 책임질 것, ▲ 국가안보상 이유로 당장 반환할 수 없다면,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서 「동두천 지원 특별법」을 즉각 제정할 것.
성명서는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정부의 동두천 무시가 계속된다면, 동두천시민 모두가 목숨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경고로 마무리됐다.
동두천시청 전경. [사진=동두천시] 2024.01.09 atbodo@newspim.com |
성명서 전문(全文)
마지막 경고다! 당장 나가라!
못 나가겠다면 당연한 대가를 당장 치르라!
단 한 정거장 거리 버스를 타더라도 1,500원을 내야 한다. 분식점에서 김밥 한 줄을 먹더라도 값을 치러야 한다. 동네 꼬마들도 다 아는 '공정'이고 '상식'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도시 면적 절반에 가까운 땅을 단 한 푼도 안 내고 사용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70년이 넘었다.
미군 공여지 미반환으로 인한 동두천의 경제 피해액은 총 20조 원에 이른다.
묵묵히 나라 지킨 덕분에 동두천은 죽어가고 있다.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를 기력도 우리에겐 안 남았다.
차고 또 넘치도록, 우리는 참고 또 참았다. 국가안보의 선봉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며, 이 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성장을 소리 없이 지탱해 온 그 이름. 우리는 동두천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우리 동두천은 애국심 하나로 이 악물고 버텨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핵심은 '따뜻한 정부'다. "경제적 성과와 경기회복의 온기를 국민 삶의 구석구석까지 전하겠다"라는 희망찬 2024년 국정운영 방침!
그런데 동두천만은 예외인가 보다.
동두천만은 '정부의 따뜻함'이 닿지 않는 차디찬 그늘에 던져둘 셈인가 보다.
대통령 신년사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튼튼한 안보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걱정 없는 일상을 뒷받침하겠다."
바로 그 안보 뒷받침을 누가 하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사이, 동두천시의회는 동두천에 대한 정부의 특별지원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두 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친 우리의 절규에는 메아리조차도 없었다. 정부는 철저히 침묵하며 동두천을 무시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마치 동두천의 피맺힌 호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는 동두천을 제외한 전국 각지의 미군기지 29만 제곱미터의 반환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나무젓가락 하나 꽂을 땅도, 동두천은 돌려받지 못했다. 그에 대한 해명이나 보상도 아예 없었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동두천을 방관하고 무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외면하고 짓밟아 버린 것이다.
작년 현충일을 맞아,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했다.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더욱 높이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분명히 하겠다는 깊은 뜻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국가를 위한 특별한 희생은 단지 한 개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지역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했다면, 그 지역도 마땅히 '보훈'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 동두천시의회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 사항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이 사항들의 즉각 실행이야말로, 바로 대통령 신년사의 실천이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상식'의 구현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똑똑히 명심하기를 바란다.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동두천 내 모든 미군 공여지를 당장 반환하고,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전부를 책임지라!
하나, 만약 국가안보상 이유로 당장 반환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동두천의 특별한 희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당연한 보상인 '동두천 지원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대한민국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동두천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우리의 마지막 경고다!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정부가 우리를 계속 무시한다면, 동두천시민 모두 함께 일어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2024년 1월 9일
동두천시민 대표
동두천시의회 의원 일동
atbod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