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북한

속보

더보기

[탈북민 정착스토리]⑧ 자유를 꿈꾼 탈북청년 김일혁…유엔 무대에서 北 인권실상 증언

기사입력 : 2023년12월16일 06:20

최종수정 : 2024년04월03일 16:02

정착 후 진학한 고교 땐 342명 중 꼴지
"힘들게 버티면 뭐라도 된다" 결심
인권 공부위해 미 조지타운대 입학 예정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탈북청년 김일혁을 사람들은 북한인권 활동가로 부른다.

세미나와 강연, TV출연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독재와 인권탄압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해온 그는 끊임없이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서울=뉴스핌] 지난 8월 17일 북한 인권 실상 증언을 위해 찾은 유엔안보리에서 탈북민 북한인권활동가 김일혁 씨가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마스(Linda Thomas)를 만났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12.15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에는 유엔 무대에서 세계를 향해 자신이 16살 때까지 살았고, 여전히 그리움에 복받치는 고향의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폭로했다.

김일혁이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감행한 건 지난 2011년 7월 가랑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집을 나서 산언덕에 모인 일행은 9명. 일혁도 그들과 함께 몇 시간째 산언덕에 몸을 숨기고 한곳을 뚫어지게 살폈다.

강 기슭의 국경경비대 초소를 서너 시간쯤 살피자 초소 근무병들의 숫자와 그들의 행동 패턴을 알 수 있었다.

스며드는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어 한여름 이지만 몸이 떨려왔다.

산언덕을 내려간 일행은 경비대가 지키는 얕은 여울목을 피해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센 곳에 멈췄다.

미리 준비한 밧줄을 허리에 감은 아저씨가 헤엄을 쳐 건너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무에 걸린 밧줄이 팽팽해지자 차례차례 강물 속으로 들어섰다.

◆12년 전 16살 나이에 두만강 건너 탈북해 한국 정착

일행 중 가장 키가 작고 어렸던 일혁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밧줄을 손에 두 번 세 번 감아쥐었다. 어떤 순간이 와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강 중심에 닿자 사정없는 물살이 몸을 떠밀고 감긴 밧줄이 당겨져 손목이 끊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일혁은 지금도 가끔 마음이 흔들릴 때 오른손을 들어본다. 그날의 통증과 숨 막히던 감각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지나온 기억이 현실에 주저하는 오늘의 그에게 속삭인다. 일어서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탈북 이듬해인 2012년 3월 김일혁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농촌 동원도, 조직 생활도 없는 학교는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호기심도 잠시. 학교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먼 북쪽 끝 마을 억센 발음과 사투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고, 선생님의 수업은 알아듣지 못했다.

첫 학기를 평가하는 기말 성적은 올 9등급, 342명 중 342등이었다.

OMR카드 작성법도 모르는 소년에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2학기에는 290등이었고 자신의 뒤에 다른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신이 꿈꾸던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 일혁은 밤을 새우며 공부에 몰두했다.

2학년 2학기엔 성적이 쑥 올라갔고 3학년이 되자 100등 안에 들게 되었다.

어느 날 영어 선생님이 그를 불러 책 한 권을 주었다.

앞장에는 '1등 하자'라고 씌어 있었다. 선생님이 '1등 할 수 있다'고, '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일반고등학교에서 배우며 입시정보가 부족했던 일혁은 남북하나재단에서 보내준 입시박람회 문자를 받고 원서 접수 기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준비를 시작했다.

인권변호사가 꿈이었다.

[서울=뉴스핌] 북한 출신 인권활동가 김일혁 씨.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12.15

대학 생활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어린나이에 탈북하여 남쪽에 불시착한 이후 한걸음 한 걸음 몸도 마음도 크는 과정, 적응의 고단했던 시간을 일혁 씨는 '버틴다'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사막의 모래처럼 바람에 날리지 말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가 되자. 이것이 나만의 철학입니다. 힘들지만 버티면 뭐라도 된다는 걸 아니까요."

한국외국어대학 정치외교학부에서 공부하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통일 리더십 동아리'에서 선후배 사이의 친목을 위한 모임도 조직하고 북한 음식을 알리기 위한 활동도 벌였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직접 동아리 회장을 맡아 대학 내 다른 동아리들과 동행 프로젝트, 북 콘서트 등 여러 활동을 진행했다.

일혁은 한국정치, 국제정치, 비교정치를 배우며 성장해갔다.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배우며 재미를 느꼈고 자유민주주의야말로 진정 사람을 위한 정치라는 의식이 생겼다.

◆대학 때 동아리 회장 맡아 인권·자유 등에 대한 공부와 토론

대학 수업과 함께 그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탈북민 인권단체 '나우(NAUH)'에서 진행했던 리더십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자유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자유, 민주주의, 인권에 대하여 배우고 토론했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자유민주주의 교실'에 참여하며 출생부터 인권 유린을 겪고 있는 북한의 실태에 대하여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은 최소한 나와 우리 가족과 같은 인권유린을 겪지 말아야 한다고 자각했다.

인권변호사가 되어 고향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꿈이 더욱 커졌다.

대학 시절 그의 갈등은 꿈과 사명감, 그리고 현실 사이의 괴리였다. 꿈꾸고 있던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시간과 돈, 모든 것이 부족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와 자신의 꿈, 그리고 탈북민으로서의 사명감 사이를 방황했다.

'우선 내가 사회에 바로 서자. 공부는 이후 해도 늦지 않다. 변호사가 아니어도 북한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NGO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LINK(Liberty in North Korea)에서 Advocacy Fellow(북한 인권을 옹호하는 친구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접견,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10.17 yooksa@newspim.com

미국에 3개월간 체류하며 미국 전역의 NGO들, 국무부, 기업, 로펌 등 다양한 곳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현재 북한의 현실, 북한 인권에 대해 알리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진지한 눈빛과 자신의 자리에서 북한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자세를 보며 이런 활동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일정은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빡빡하게 이어졌지만, 활동을 하며 '나는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3개월 동안 그는 직간접적으로 20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 북한 인권을 알렸다.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일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2021년 또 한번 미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개월간 미국 정부 기관, NGO, 싱크탱크에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LINK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다면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인식에 대하여, 그리고 북한에서 살던 사람으로서 북한 인권에 대하여 통찰하고 사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날을 통해 일혁 씨는 북한 인권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6년간 공석이던 북한 인권 특사로 임명된 줄리 터너(Julie Turner)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증언해줄 것을 제안해왔다.

가족과 친척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를 대신해 줄까를 생각하자 결심이 섰다.

'두려움 때문에 숨기만 한다면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리라'라는 생각에서다.

일혁 씨는 현재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핌・하나재단 공동기획>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지지율 29.4%…"의료대란 등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2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일~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29.4%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7.8%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8%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평가는 2.7%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2.7%p 상승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8.4%p다. 연령별로 보면 만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2.1% '잘 못함' 74.2%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4.7%였다. 40대는 '잘함' 21.3% '잘 못함' 78.7%, 50대는 '잘함' 22.4% '잘 못함' 76.7%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3.3% '잘 못함' 64.2%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0.4%로 '잘 못함'(42.3%)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0.6%, '잘 못함'은 65.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29.2% '잘 못함' 69.2%, 대전·충청·세종 '잘함' 27.2% '잘 못함' 68.0%, 부산·울산·경남 '잘함' 31.9% '잘 못함' 66.2%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0.2% '잘 못함' 53.8%, 전남·광주·전북 '잘함' 16.3% '잘 못함' 83.7%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28.9% '잘 못함' 69.2%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9.5% '잘 못함' 68.1%, 여성은 '잘함' 29.4% '잘 못함' 67.4%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결과에 대해 "친일 논란 및 의료대란, 검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며 국회 외면 논란 등이 번지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해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번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하락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며 "8·15광복절 행사 뒤에도 이어지는 친일 논란과 윤-한 갈등, 국회 개원식 불참 등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치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본인 정치를 못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9-05 06:00
사진
'주담대 제한' 인뱅·2금융권 확산 조짐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제2금융권으로까지 대출 풍선효과가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을 넘어 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2금융권까지 주담대 제한이 확산되면 대출 실수요자들은 지금보다 더욱 자금 확보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p) 일괄 인상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의 주담대 최저 금리는 3.64%로, 주담대 금리를 조정해 인상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지난 3일부터 주택구입목적의 주담대 대상자를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최장 50년이던 주담대 대출 기간은 30년으로 축소했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했다.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이은 비금리 방식의 주담대 제한에 나서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외국계은행과 인터넷은행이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억제를 위한 초강수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 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외국계은행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역시 은행권 대출 절벽을 피해 최근 대출 수요가 몰리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 한화, 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주택 관련 대출잔액은 30조6080억원으로 7월 말 30조2248억원 대비 383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전날부터 보험업권 중 처음으로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해 주택 구입 자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원금을 일정 기간 이후부터 갚는 거치형 대출 취급도 전면 중단했다. 지난달 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권 간담회 이후 발표한 것으로 당국과의 교감 속에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풍선효과'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개최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실수요자의 피해 우려가 제기되자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대출 실수요자의 애로사항과 금융권·부동산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2024.09.04 yym58@newspim.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보험, 상호금융 등 아직 대출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대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 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다"며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하여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주담대 제한은 삼성생명에 이어 다른 보험사와 상호금융업권 등 여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전 금융권이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대출 수요가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현황 브리핑에서 "아직 다른 업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현재까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현장검사 등을 통해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업권과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감과 함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y2kid@newspim.com 2024-09-05 14: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