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가요

속보

더보기

[스타톡] 루시드폴 "소리의 파형 등 독하게 소리 탐구한 경험들 담아"

기사입력 : 2023년12월12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12월12일 07:00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손가락을 다치면서 두 가지 음악적 자아가 생겼어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는 사람, 그리고 노래를 탐구하는 사람이요. 이번엔 소리를 탐구하는 루시드폴의 앨범이죠."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비잉 위드(Being-With)'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현존하는 다양한 소리들을 재료 삼아 만든 다섯 편의 음악 모음집이다. 사람 소리는 물론, 바다 속 생물과 풀벌레, 공사장 굉음 등 주변의 갖가지 소리가 음악이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사진=안테나] 2023.12.11 alice09@newspim.com

"제가 꽤 긴 시간 기타로 곡을 쓰는 음악과 노래만 했어요. 그러다 2018년 농기계에 손을 꽤나 심하게 다치면서 기타를 치지 못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음악을 하긴 해야 하는데 방법을 없으니 컴퓨터 음악을 하기 시작했죠. 컴퓨터 음악을 하면서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멀리 하게 됐어요. 다신 못 하게 될까봐 불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른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그게 앰비언트 음악이었어요. 소리를 녹음하고, 거기서 음악적 요소를 끄집어내고, 그걸 음악화 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음악적 자아가 조금씩 커지다 앰비언트 첫 번째 앨범인 '댄싱 위드 워터(Dancing With Water)'가 나오게 됐고, 이번이 두 번째예요(웃음)."

앨범에는 재래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리, 미생물이 발효하는 소리, 풀벌레의 합창, 바다 속, 그리고 육중한 중장비 소리가 난무하는 공사장의 괴음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재탄생됐다. 주변의 여러 '소리' 중에서도 루시드폴은 이 현존하는 이 소리들에 주목했다.

"소리를 경험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싶었어요. 결국 음악도 우리가 소리를 경험할 때 음악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생물의 소리, 나무들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방법론을 찾고 싶었어요. 제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나무의 신호를 음악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미생물 소리는 뭐가 없나 찾아보기 시작했어요(웃음). 과수원을 하면서 액비를 만드는데 미생물이 발효하는 특유의 소리가 있어요. 술 익는 소리라고도 하죠. 그 소리가 굉장히 듣기 좋더라고요. 백색소음과 비슷하다 생각했어요. 그러다 물속에서는 무슨 소리가 날까 싶었고요. 그렇게 해서 소리들을 모아서 음악으로 만들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사진=안테나] 2023.12.11 alice09@newspim.com

타이틀곡 '마테르 돌로로사(Mater Dolorosa)'는 '고통 받는 어머니'라는 라틴어로, 여러 공사로 신음하는 제주를 떠올리며 만들게 된 곡이기도 하다. 포클레인 소리와 철근 떨어지는 소리가 있는 공사장의 소리가 채집됐다.

"이번 앨범은 지난 '댄싱 위드 워터'보다 더 독하게 만들었어요. 릴 데크를 구해서 릴 테이프에 소리를 녹음했거든요. 어느 순간 제주에 공사가 정말 많아졌어요. 저희 과수원 주변도 타운 하우스가 들어서고 있고요. 제가 사는 집도 그렇게 지어졌겠죠. 그러다보니 아침부터 공사 소리를 듣게 되더라고요. 사람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를 위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소리 폐기물을 업사이클링 하고 싶었어요. 음악인으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듣기 좋은 소리로 바꾸는 거 또한 의미가 있을 거라 판단한 거죠."

'비잉 위드'는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이다. 현존하는 모든 것들의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그만의 음악성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누군가에게는 소음이기도 한 소리를 듣기 좋은 소리로 바꾸는데 까지 꽤나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 [사진=안테나] 2023.12.11 alice09@newspim.com

"설명 드리기 애매하네요(웃음). 우리가 소리를 녹음해서 컴퓨터로 옮기면 소리의 파형을 볼 수가 있어요. 그걸 잘게 잘라서 무작위로 섞어서 다른 소리로 만들었죠. 그걸 또 섞으면 알아들 수 없는 소리가 만들어져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귀에 거슬리지 않게 작업한 소리들이 이번 앨범에 들어가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지으며 농부로, 본업인 뮤지션으로, 그리고 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본질인 '음악'에는 흔들림이 없다.

"손가락이 다치면서 이제 저는 '싱어송라이터'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루시드폴이라는 사람이 두 가지 음악적 자아가 생겼다고 느꼈거든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는 사람, 그리고 노래를 탐구하는 사람이요. 처음엔 그걸 잘 몰라서 두 가지를 섞어서 앨범을 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음악도, 노래도 아닌 곡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두 자아를 분리해서 앨범을 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제가 자연스레 변해온 것 같아요. 저는 음원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너무 생소해요. 음반이 사라지고 음원화가 됐을 때, 감정과 기억이 다 사라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제 음악만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손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alice0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KT '유심 교체' 북새통...내 차례 올까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인천의 한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SKT는 사이버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 대상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진행한다. 2025.04.28 yooksa@newspim.com   2025-04-28 12:12
사진
"화웨이, 엔비디아 H100 능가 칩 개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중국 화웨이가 미국이 수출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최신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해 제품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간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화웨이가 일부 중국 기술기업에 새로 개발한 '어센드(Ascend) 910D'의 시험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어센드 910D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르면 5월 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1일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칩 910C를 내달 초 중국 기업에 대량 출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제공해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훈련 모델용으로 엔비디아 칩에 필적하는 첨단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B200 등 최첨단 엔베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H100의 경우 2022년 제품 출하 전에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4.28 kongsikpark@newspim.com kongsikpark@newspim.com 2025-04-28 12: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