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밀도 있는,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우아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발매하는 곡마다 음원 차트를 장악했던 '음원 깡패' 자이언티(Zion.T)가 2017년 발매한 정규 2집 'OO' 이후 약 6년 만에 '집(Zip)'이란 이름의 정규 3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는 보다 깊어진 삶에 대한 성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10곡이 수록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2023.12.06 alice09@newspim.com |
"싱글 이후엔 2년이고, 정규 앨범은 약 6년이네요. 정말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바쁘게 지냈거든요(웃음). '쇼미더머니'에도 나왔고요. 뮤지션으로서는 열심히 일했지만, 아티스트로서 제 이야기를 못 한지 오래 됐더라고요. 이전에는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할 이야기가 없었고, 위축되는 시기였어요. 이번 앨범은 5~6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예전부터 작업했던 곡도 있는데 녹음은 다 이번에 새로 했어요. 지금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익숙하게 들려드리고 싶더라고요."
자이언티는 강렬하고 감각적인 알앤비 성향의 곡들부터 현실의 다양한 이야기와 자신만의 경험담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표현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가 초반에 뮤지션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 자체가 창작에 대한 욕구였어요. 돈을 벌고자 음악을 시작한 게 아니었고, 동료들과 음악하며 창작하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이후에 대중가요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발매하는 곡마다 감사하게도 1등을 했어요. 이후에는 성숙해지고 싶어서 휴식기간을 갖고 싶은데 마냥 쉬기 싫어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또 스탠다드프렌즈를 설립하면서 연약한 아티스트지만 생존을 위해 독해져야 하고, 이성의 날을 갈아야 하는 시기 또한 필요했어요. 그 시기가 모두 맞물렸던 것 같아요. 창작의 고갈로 인해 오래 걸린 게 아니라 업계의 인재로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니 오래 걸린 거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2023.12.06 alice09@newspim.com |
이번 정규 3집에도 자이언티의 이야기와 생활이 녹아 있다. 직접 겪고, 느낀 것들이 음악이 됐다. 그렇기에 앨범명 '집' 역시 이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앨범의 의미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음악의 뾰족한 부분을 한데 모은 압축파일 같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공간 '집'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사람들이 붙는, 사는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앨범이 되길 바랐거든요. 앨범에는 10곡이 수록돼 있지만, 정말 많은 곡을 그간 만들어 왔어요. 그 중에는 발칙하고, 건방지고, 실험적인 음악도 있었죠. 이번 앨범이 실험적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조금은 편안하면서, 괴이하고 불편한 사운드를 모았어요(웃음)."
타이틀곡 '언러브(UNLOVE)'는 영국 유명 일렉트로닉 듀오 혼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또 수록곡 '모르는 사람'에는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고, 이외에도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트럼펫 연주자 베니베넥 3세, 윤석철 피아니스트, 악뮤 등의 화려한 라인업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자이언티 [사진=더블랙레이블] 2023.12.06 alice09@newspim.com |
"'모르는 사람'에 최민식 선배님이 출연을 해주셨는데, 세상에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요. 목소리도 알고, 작품도 알지만 그의 또 다른 이면이나 다른 모습이 볼 기회가 없으니 우리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 음악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죠. 뮤직비디오 출연이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흔쾌히 하자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웃음). 타이틀곡에 참여해준 혼네는 예전에 서울에 투어를 왔을 때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작업실에서 이 테마를 들려줬는데,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협업이 이루어졌죠. 혼네가 프로듀싱이라고 적혀 있지만, 저희 국내 프로덕션에서 절반 이상 빌드업을 했어요. 혼네의 정서도 분명 들어가 있지만, 저희의 많은 노고도 있습니다. 하하."
'집'의 앨범에는 알앤비 소울, 재즈, 일본 시부야 케이, 힙합 등 여러 장르의 곡이 수록됐다. 어떻게 보면 뒤죽박죽인 것 같은 이 장르들이 모두 자이언티의 색깔로, 그만의 결로 완성되면서 하나의 교집합이 완성됐다.
"정말 밀도 있는,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래야 우아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끼지만, 창작자로서 우아한 건 완성도를 추구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신중한 태도도 있어야 하고요. 요즘 K팝이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해외 프로덕션과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저는 내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팀, 군단을 만들었던 거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고 느껴요. 이번 앨범의 태도는 우아하다고 생각하지만, 완성도는 언제나 그렇듯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하죠.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녹슬지 않는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