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열고 콜옵션 행사 않기로
원매자 찾기 난항은 FI도 마찬가지
아마존·알리바바 가능성 희박
첫 희망퇴직 받으며 '몸집 줄이기' 나서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화두는 '11번가의 향방'이다. 기업공개(IPO)와 매각 모두 불발된 상황에서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최종 결단'만이 남았다. 오픈마켓 전성기를 주름잡았던 11번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모회사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11번가의 미래가 안갯속에 휩싸였다.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공이 넘어가도 원매자가 없는 건 마찬가지여서 11번가의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29일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이사회를 열고 FI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1번가 로고.[사진=11번가] |
2018년 SK스퀘어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컨소시엄으로부터 지분 18.18%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 당시 올해 9월 안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이후 최근까지 큐텐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이마저도 불발되자 SK스퀘어는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컨소시엄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26%)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 along)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1번가의 운명이 SK에서 FI로 넘어간 것이다.
다만 FI가 매각 결정권을 가져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원매자가 없는 상황은 변함이 없어서다. 큐텐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11번가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사실상 유일한 원매자'였다.
큐텐 외에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인수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커머스 업계는 이들이 실제 인수에 나설 확률은 적다고 본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아마존과 협력을 시작했던 2021년 당시부터 아마존의 11번가 인수설이 불거졌지만, 결국 직구 서비스 협력에만 그치는 등 용두사미로 끝났다"며 "글로벌 크로스 보더인 알리바바도 11번가를 인수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사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여전히 인수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큐텐밖에 남지 않는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이미 16개국에서 입고부터 환불까지 물류의 모든 과정을 대신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며 글로벌 크로스보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스닥 입성을 위해 세계 5위 규모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물동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미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의 오픈마켓 점유율은 3사를 전부 합산해도 4.6%에 불과하다. 반면 11번가는 7%로 3사를 합산한 것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티몬과 위메프의 셀러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큐텐이 더 덩치가 큰 11번가를 인수하려 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지난 27일 11번가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1번가가 매각이 여의치 않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