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이달 말 이사회 열고 결단 내릴 듯
콜옵션·드래그얼롱 등 '좋은 선택지'는 없어
11번가 '코로나 특수' 놓치며 진퇴양난 빠져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화두는 '11번가의 향방'이다. 기업공개(IPO)와 매각 모두 불발된 상황에서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최종 결단'만이 남았다. 오픈마켓 전성기를 주름잡았던 11번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11번가의 운명은 이달 결정 날 전망이다. 기업공개(IPO)도 매각도 불리해진 상황에서 모회사 SK스퀘어가 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28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운명은 내달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의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로고. [사진=11번가] |
행사 대상은 사모펀드운용사인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 나일홀딩스가 2018년 5000억원을 투입해 보유한 지분 18.18%다. 당초 올해 9월까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이었지만, IPO에 이어 매각까지 불발되며 옵션이 발동됐다.
마지막 희망이던 큐텐의 인수 역시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등을 사들인 것과 동일하게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11번가를 품으려고 했다.
사실상 이커머스 업계에서 11번가 정도의 덩치를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원매자였지만, 결과적으로 협상은 불발됐다. FI가 큐텐이 제시한 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커머스 업계 안팎에선 11번가가 IPO도 매각도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던 2021년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7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때를 놓친 11번가에 남은 건 점유율 하락이다. 2010년대 중반 G마켓과 함께 오픈마켓 성장을 이끌며 30%대 점유율을 보유하던 11번가는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3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쿠팡(24.5%), 네이버쇼핑(23.3%) 그리고 G마켓을 품은 신세계그룹(10.1%)에 밀리면서 11번가는 점유율 7% 4위에 머무르고 있다.
2019년 연간 흑자를 달성했던 재무구조는 마지막 카드로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과 직매입 서비스를 꺼내 들며 다시 손실로 돌아섰다. 11번가는 올 3분기 누적 매출 6019억원, 영업손실 910억원을 기록했다.
한때 오픈마켓 최강자로 불렸지만, '계륵'이 된 11번가를 두고 SK스퀘어의 고민은 깊어졌다. 콜옵션 행사도,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묶어 동반 매도할 수 있는 권리 드래그얼롱도 양쪽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 막차를 타지 못하고,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꺾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11번가가 '진퇴양난'에 빠진 듯 보인다"라며 "11번가가 가지고 있는 지위나 상징성이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11번가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