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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웹툰계, '불법 유통 사이트' 근절 요구…"더 빨리 차단하고 단속할 것"

기사입력 : 2023년11월27일 18:05

최종수정 : 2023년11월27일 18:05

유인촌 장관, 만화·웹툰 과계자와 상생환경 조성 논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 간담회에서 작가 및 주요 기업에서 ▲불법 유통 사이트 근절 ▲AI 저작권 보호 및 윤리기준 마련에 대한 방안을 요청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웹툰 제작사 (주)재담미디어에서 열린 만화·웹툰 업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 만화·웹툰 분야에 대한 진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이현세, 배진수, 주동근 작가와 김규남 네이버 웹툰 법무실장, 박정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총괄 부사장, 류지철 딜리협 대표,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 이우재 (주)케나즈 대표, 유택근 투유드림 대표, 그리고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김병수 지역만화단체연합 회장,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이번 간담회는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지식재산(IP)의 원천으로서의 만화·웹툰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만화·웹툰 산업의 발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서는 만화·웹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세계적인 경쟁 심화, 창·제작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 장관은 "사실은 이 만화·웹툰을 이야기하면서 이번 자리에 대해 꽤 오랜 시간 생각을 했다. 제가 장관에 내정되고 인사청문회 하고 국감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끊임없이 나온 것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만진원) 이야기였다"라며 "이번에 국감 등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것이 오래 전부터 IP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걸 잘 끌고 가야 경쟁력이 있다는 걸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만진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제는 국가가, 정부가 나서 이 분야에 대한 진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만화·웹툰은 기초 단체에 지원금을 줘서 기초 단체가 공고를 하면 응모하는 비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화·웹툰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규모도 키워야 할 것 같다. 밑그림이 완전히 나오진 않았지만 오늘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나름대로의 진흥위원회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거기서 지원이나 정책에 대한 것을 문화부가 끌고 가면서 현장을 키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보고자 한다. 이날 나오는 의견을 잘 정리해서 앞으로 새롭게 탄생 할 이 분야에 대한 조직, 내지는 방법과 정책에 참고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이현세 작가는 "웹툰 산업계를 일찍 방문해주셔서 굉장히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장관님하고 2009년 만화 100주년 기념사업을 할 때 한 번 뵌 적이 있다. 그때도 한국 콘텐츠에 뉴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우리 나라에 모든 콘텐츠의 원천 콘텐츠가 만화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만화의 가볍고 신속함, 참신성이 큰 자산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드렸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한국계 웹툰이 킬러 콘텐츠로서 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에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기술 환경 변화가 가속화 되어서 걱정이다. 중견 작가들은 경험도 있고 노하우도 있어서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신진 작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와 소비 환경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저작권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애로사항에 대해 짚었다.

이 작가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웹툰 제작 소비에 큰 변화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상황이 기회이면서도 사실은 불안 요소가 있다. 거기에 대한 기회와 위기 요인을 빨리 분석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담미디어와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 가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제가 그려왔던 걸 학습해 제가 죽고 난 후에 인공지능 이현세가 작업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재 인공지능 팀과 저와 재담미디어의 젊은 작가들과 협업을 해서 고전을 현대에 맞게 리메이크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기회를 얻어서 하고 있는데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만화·웹툰 산업 육성 전략 수림을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이어 "이걸 하기엔 돈이 많이 들어간다. 자기 스타일의 그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요청이 있으면 작가의 캐릭터 가이드를 가지고 수집, 분석을 해서 모델링을 해두면 언제든 필요할 때 조수처럼 쓸 수가 있다. 만화 웹툰 AI 센터로 생각하고 있다. 설립 및 운영을 하면 기관이 관리를 하시고, 사업체들이 그걸 교육 받으면 새로운 지식재산권 산업으로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센터 건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을 간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책국장은 "앞으로 만화 웹툰은 지역단위가 아니라 국가 단위로 키워보겠다는 뜻이 있다. 이게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만화웹툰 성장이 빠른데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늦어진 것 같다. 과감하게 내년부터 문체부에서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오늘이 첫 시도인 것 같다. 간담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예산이 220억 정도인데 이 부분도 앞으로 대폭 늘리고 관련 협·단체와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한다. 만화 웹툰 AI센터 제안을 주셨는데 그 부분도 충분히 저희가 검토하고 공부해서 노력을 하겠다"라며 "인공지능 부분이 앞으로 많이 나올 텐데 굉장히 빠르게 촉진화될 수도 있지만 다른 쪽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여러 방면으로 검토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주동근 작가와 배진수 작가는 만화·웹툰계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불법 사이트'를 꼽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만화·웹툰 산업 육성 전략 수림을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먼저 주 작가는 "상황은 여러 가지로 좋아지고 있는데, 불법 사이트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 이게 플랫폼과 작가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보면 작가들에게 수익금이 돌아가는데, 이것이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돌아간다. 작가들에게 가야 할 자금이 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경우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됐는데, 저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와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IP를 가지고 있으면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나와야 이 산업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들에게 가야 할 자금들이 불법적으로 빠져 나가고 있으니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막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배진수 작가 역시 "현업에 계시는 분들이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동료 작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웹툰 플랫폼에서 인기가 높아 순위는 높은데 그만큼의 수익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가 몇 년째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0년대, 2000년대 중반에 소위 K드라마, K팝처럼 세계적인 서브컬처가 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었다. 그런데 불법 사이트에서 광고수익을 받고 무료로 게임을 올리는 바람에 그 산업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위기를 웹툰계에서 느끼고 있다"라며 "요즘 웹툰을 불법 사이트에서 보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만화·웹툰 산업 육성 전략 수림을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배 작가는 "게임 불법 사이트, 그리고 누누티비 같은 곳은 유지비가 많이 든다. 파일이나 미디어 용량이 커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데, 웹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사이트를 막아도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어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웹툰 불법 사이트를 막지 않으면 그걸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운영자들이 불법 사이트의 보안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된 연관 범죄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간청드린다면 불법 웹툰 사이트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웹툰 작가들 역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웹툰은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에 힘을 쓰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인니로 불법 유통됐던 웹툰 1만5000건을 차단했으며, 13개 대형 불법 번역 그룹 중단 및 연계된 32건의 도네이션 채널을 폐쇄시켰다. 네이버 웹툰은 해외 불법 사이트 150여개의 활동을 중단 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웹툰 법무실장은 "현재 한국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해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운영 방칙을 해외에 파고 있다. 저희는 해외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해외에서 불법 사이트가 운영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저희가 운영자 자체를 체포하는 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정부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서 카카오 웹툰 총괄 부사장은 "저희 역시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전담 팀이 있고, 매일 불법 사이트에 유통된 수십 만건에 대한 작품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실제 운영자들이 체포된 사례를 봤는데 결국엔 몇 백만원의 벌금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그들이 일벌백계 되어야 불법 사이트 운영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만화·웹툰 산업 육성 전략 수림을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이에 윤양수 정책과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경찰과 협동을 하고 있는데, 불법 사이트를 더욱 빨리 찾아내고 차단시키도록 하겠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 기업인데, 여기서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불법 사이트가 사실상 근절되기는 어렵다. 규제가 심해지면 줄어들었다가 다시 나오고 있는데, 생태계 붕괴까지 가면 제일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더 많은 집중 단속 기간을 만들어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부사장은 예비 창작가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올해 창작자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든 분들이 묻는 것이 바로 'AI'이다. 산업이 어떻게 커질까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AI를 어디까지 규제하고 저작권 부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저희 역시 초고도화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과기부와 문체부, 정부 측에서 윤리기준을 제안 주셔야 기술을 가져갈 수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그래서 예비 창작자들이 AI 시대를 무서워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에 유 장관은 "현재 AI 관련된 법적 테두리를 정리해 올해 안으로 발표하려고 한다. 저작권국과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고 있으며, 여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황남용 재담미디어 대표는 "이제 만화·웹툰 산업을 지역 단위가 아닌 국가에서 관리해주신다고 하셨는데, 만화·웹툰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포상도 별도 시상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현재 방송·영상이나 게임산업은 별도로 표창이 되는데 만화·웹툰은 그렇지 않다.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별도 모델로 검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이에 정책국장은 "현재 콘텐츠 대상 시상에서 수상이 분산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문체부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만화·웹툰을 별도로 나누서 시상을 더 많이 하자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내년부터 개선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서울 마포구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사무실에서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를 만나 만화·웹툰 산업 육성 전략 수림을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3.11.27 alice09@newspim.com

현재 만화·웹툰 산업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만화·웹툰 IP가 토종, 글로벌 OTT를 통해 영상으로 제작되고, 해외로 진출하면서 영상과 원작 역시 동시에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우재 케나즈 대표는 "예전에는 해외에 웹툰 IP를 팔려고 나갔는데, 이제는 웹툰 IP를 사려고 한국에 오시는 분들이 많다. 해외 기업들 역시 한국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는 웹툰 자체를 수출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시스템을 수출하는 사업까지 진행이 되고 있다. 웹툰을 만들고 해외에 나가기까지 정말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을 위한 예산뿐 아니라, 제작사들을 위한 자금이 마련돼 생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지금의 이 시장은 더 좋게 흘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 바로 '불법 복제', '불법 사이트'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웹툰의 종주국이라고 강조드리고 싶다. 글로벌을 대표하는 국제 표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속적으로 말씀 드리고 있는 것이 바로 식별 체계이다. 불법 복제 관련한 부분도 있고, 우리 창작자들이 중요시 여기는 저작권 부분도 표준 식별 체계가 중요하다. 표준 식별 체계로 저작권 관리, 분석 통계, 작품 데이터, 보호와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춰 국제 표준으로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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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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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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