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고덕, 양주옥정 등 입찰에 새로운 주인 못 찾아
고분양가, 고금리에 투자심리 위축...상가 공실도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경기위축 우려가 확산하자 토지 입찰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기적인 공시지가 상승에 토지 공급예정가격이 높아지면서 매수자의 투자 부담이 커진 상태다. 공사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 예산이 치솟은 것도 땅 입찰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어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 땅 입찰시장이 당분간 냉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땅 투자 매력없다" 수도권 용지 매각에 유찰 잇달아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경기도 평택 고덕, 양주 옥정 등의 토지 입찰이 대부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유찰 마감됐다.
LH가 공급한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 중심상업용지 한 필지는 지난 10일 입찰 마감했으나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여염리에 들어선 입지로 연면적 1663.9㎡, 건폐율 70% 이하, 용적률 500% 이하, 최고층수 8층이 적용된다. 공급예정금액은 183억원으로, 이 금액을 기준으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낙찰자가 되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흥행몰이를 위해 통상적으로 공급예정금액의 10%이던 입찰보증금을 5% 이상으로 낮추고, 땅값을 5년(1년6개월 거치) 무이자로 분할 납부할 수 있게 완화했으나 인기를 끌지 못했다.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확장에 따른 수혜지역으로 꼽혔다는 점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란 평가가 많다. 이번 유찰로 오는 15일 입찰 마감하는 기타업무용지 20개 필지 분양도 흥행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이들 필지의 공급예정가격은 140억~150억원 수준이다.
고분양가, 고금리 등으로 토지 매각이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주신도시 일대 모습. [사진=뉴스핌DB] |
지난 13일 입찰 마감한 양주옥정 근린상업·주차장·일반상업 용지 8개 필지도 모두 유찰됐다. 필지별 공급예정가격은 최저 14억원에서 최고 78억원이다. 그동안 이 지역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착공,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등의 개발 호재로 투자수요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정도로 시장 여건이 악화했다.
대규모로 개발되는 지방 산업단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달 전라남도 광주시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 근린생활·지원시설·주유소·주차장 용지 13개 필지가 공급됐으나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사업비 총 6059억원이 투입되는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는 완성차 공장과 부품업체, 연구개발 업체 등 자동차 업종이 입주할 예정이다. 같은 달 입찰 마감한 아산탕정 근린생활시설용지 11필지는 한 개를 제외한 10개 필지가 유찰됐다.
◆ 고분양가·고금리에 투자심리 위축...공실 확대도 부담
주택경기가 하락 기미를 보이는 데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토지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강하게 반등하던 집값이 약세로 전환됐다. 지난주 강남구는 가격 변동률이 0.00%로 전주(0.03%) 대비 하락했다. 서초구는 0.02%에서 0.01%로, 송파구는 0.12%에서 0.11%로, 용산구는 0.19%에서 0.11%로 각각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북구와 노원구는 -0.01%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는 거래량이 줄고 매도물량이 역대 최대인 8만건 이상 쌓여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에 팔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출금리가 재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4.55~7.177%이다. 올해 1월 금리상단이 8%를 돌파한 이후 하락 전환해 5월에는 5%대 후반까지 내려앉았다. 재차 상승 전환하더니 지난달에는 7% 돌파, 연말 8%대 진입이 유력하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은 이미 대출 이자의 상단이 8%가 넘었다.
공실 리스크도 부담이다.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패턴이 확산하면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상가 공실률은 13.3%로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13년 1분기 이후 역대 둘째로 높았다. 광화문(16.6%), 을지로(15.1%), 강남대로(11.1%), 신사역(12.4%) 등 서울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도 상가 10곳 중 한 곳 이상이 빈 상태다. 땅을 입찰받아 상가를 지어도 공실이 발생하면 대출이자 부담은 늘고 처분이 어려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경기가 악화한 데다 고분양가, 고금리 등으로 땅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실 리스크도 커져 핵심 지역을 제외하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