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전시로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젊은 문화예술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언론공개회에서 "초기에 설치될 기간에 봤다. 주는 에너지가 다르다. 젊은 생각으로 한 창작과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공생체 은하수' [사진=이지은 기자] 2023.11.02 alice09@newspim.com |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 후원, 다학제간 협업을 지원하는 공모로 올해 4회를 맞이했다. 지난 3월 총 102팀이 지원한 가운데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관계 회복과 기술을 통한 일상의 반추를 이야기하는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랩삐'가 최종 프로젝트 참가자로 선정됐다.
이날 김 관장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학제간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우뭇가사리, 랩삐는 옥수수를 사용했다. 일상적인 소재가 사회적 놀이와 노동으로 치환되는 다양한 실험을 전시를 통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 클럽 프로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1.02 alice09@newspim.com |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비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사이의 협업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을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예술 콜렉티브이다. 바다에서 자생하는 해조류와 이를 둘러싼 섭생과 산업을 중심으로 특히 2020년부터 부산 지역의 바다를 연구해왔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에서 우뭇가사리를 재료로 한 우무피막을 개발해 이로 이루어진 숲 공간인 '공생체은하수'를 선보였다.
김형미 학예연구사는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전통적인 매체와 장르 간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도 5월에 최종 심사를 마무리 지었고, 최종 두 팀이 선정이 됐다"며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손혜민, 유소윤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공생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고민을 이야기하고 듣고, 쓰고, 읽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공생체 은하수' 전시실 전경 [사진=이지은 기자] 2023.11.02 alice09@newspim.com |
이어 "'공생체은하수'는 해초 밀생지이자 지속가능한 재료의 생산시설이며 퇴비간 역할을 한다. 이 세계는 미술관에 국한되어 있기보다 서울과 부산에 거점 공간을 두고 아시아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협업자들과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유소윤 작가는 "우뭇가사리는 다양한 형질이 있다. 물리적 특성으로는 낮은 온도에서 액체가 되고, 실온에서는 경화가 된다. 우무는 천으로 사용할 만큼 유연성이 좋은 재료"라고 말했다.
이어 "우무는 미생물과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습도, 온도, 통풍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이를 재료가 아니라 공간 자체로 만들었기 때문에 공간의 특성에 따라 변화하는 우무의 모습을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랩삐는 현재 기술 문화로부터 촉발되는 여러 사회적 이슈를 연구하고 동시대 시각예술의 역할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는 시각예술 콜렉터이다. 랩삐는 직접 옥수수를 수확해 만든 강냉이를 이용한 '강냉이를 털어 국현감'이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랩삐 프로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11.02 alice09@newspim.com |
김 연구사는 "랩삐는 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제닌기 4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냉이 털어 국현감'은 2023년 3월 서울의 한 미술관 앞 광장에서 핸드폰을 바라보며 서 있는 수많은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며 시작됐다"고 말했다.
랩삐는 전시를 위해 밭을 갈고, 옥수수 모종을 심고 수확해 만든 강냉이를 사용했다. 이 강냉이는 전시실 내 마련된 모바일 게임존 '파밍파밍 아케이드'에서 사용된다.
이에 김향미 연구사는 "본 프로젝트는 인간의 휴가 시간을 비물질 노동으로, 그 노동을 데이터로 흡수시킨 자동화 사회 시스템에 주목했다. 직접 옥수수를 수확해 만든 강냉이는 관람객들이 미술관에서 놀이를 가장한 노동을 추동하는 게임을 통해 포인트를 생산, 이를 강냉이와 교환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랩삐가 준비한 '원 클릭 쓰리 강냉이' 게임 [사진=이지은 기자] 2023.11.02 alice09@newspim.com |
랩삐는 "전시장 입구에 QR코드를 사용하면 웹기반 게임인 '원 클릭 쓰리 강냉이'에 접속하실 수 있다. 저희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몇 달간 고생했던 일련의 과정이 게임 속에 들어가 있다. 게임에서 밭을 갈고,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수 있는데, 게임을 완료하시면 저희가 수확해 만든 강냉이를 나눠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일련의 놀이를 가장한 노동 과정을 거치며 동시대 인간 노동과 교환의 가치를 살펴보고,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은 전시기간 내 작품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다양한 분야의 외부 창작자들과의 토크, 워크숍, 강연, 퍼포먼스 등을 약 17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3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