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봉동에 지하1,지상4층 새 화랑 건립
개관기념 독일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 작품전
서울점도 증축해 이강소의 무심한 조각 선보여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대구를 대표해온 화랑인 리안갤러리(대표 안혜령)가 지역화랑 중 최대 규모의 전시공간을 조성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기존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리안갤러리 뒷편에 들어선 신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독립된 전시가 가능한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세미나실), 사무공간 등을 갖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리안갤러리 대구의 안혜령 대표. 지난 9월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에 대규모 신축 화랑을 오픈하고, 독일 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의 'Figura'전(10월14일까지)을 열고 있다. 또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창성동)의 서울점도 증축 재개관해 이강소 조각전을 개막했다. [사진 =이영란 기자] 2023.10.05 art29@newspim.com |
그 중 지하 전시장은 리안의 전속작가인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남춘모 신경철 윤희 이광호 이진우 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3개 전시실의 규모는 462㎡(140평)다. 또한 주전시실은 최대 층고가 9m여서 대형 작품의 전시도 가능해졌다. 건축 디자인은 전필준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맡았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지어진 기존 리안갤러리 구관 건물은 허문 뒤, 새 건물을 지어 수장고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지하 1층, 지상 4층에 3개의 전시실과 교육실 등을 갖췄다. 갤러리측은 다양한 기획전과 함께 전속작가 상설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미술품 컬렉터 출신인 안혜령 대표는 지난 2006년 화랑 대표의 타계로 사라지게될 대구 시공화랑을 인수해 리안갤러리를 개관했다. 이듬해 개관전으로 앤디 워홀 전시를 열었고, 이후 알렉스 카츠.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살레 등 굵직굵직한 해외 작가들의 작품전을 열며 대구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리안갤러리는 '지역 화랑은 정보력, 기획력, 추진력에서 서울에 뒤질 수 밖에 없다'는 통념을 보란듯 깨뜨리며 현재는 한국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리딩 갤러리로 성장했다. 설립 17년 만에 '한국의 톱 10 화랑'에 진입하게 된 데는 작품의 '미래 가치'를 꿰뚫어보는 안 대표의 안목과 저력, 특유의 돌파력과 기획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3년에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서울점을 오픈하며 대구와 서울 양 도시에서 활발하게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수학교사 출신의 안혜령 대표는 "결혼 후 그림을 그리다가 미술품 수집에 매료돼 대구와 서울의 주요 화랑을 무수히 오가며 작품을 수집했다. 그림은 그저 감상만 하는 것과 컬렉션을 해서 내 곁에 두고 함께 숨쉬는 것은 천양지차다. 그 후 화랑을 열었을 때 '컬렉터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우선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또 남보다 한발짝 먼저 수준 높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게 보이는 결단도 마다치 않았다. 그런 과정이 화랑 성장의 디딤돌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화랑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붙었지만 최고 수준의 전시회와 우수 작가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면 이를 너끈히 뛰어넘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뛰어왔다"고 덧붙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이미 크뇌벨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 리안갤러리 신관 전시실.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그 결과 리안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메가 화랑으로 발돋움했고, 한국 미술가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작업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역량있는 한국 작가의 '마더 갤러리'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결과 작가들 사이에 "한국 아티스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잘 키우는 화랑 중의 하나"라는 평도 나왔다. 이같은 점은 미국 뉴욕타임즈 등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결국 지역화랑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뒤바꾸며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리안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미 크뇌벨 'Nach Leucht Farbe Grün', 2012, 아크릴, 알루미늄, 조명 후 색상, 탱크 플레이트,목재. 197 x 395.6 x 8cm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신관 개관전으로 독일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의 'Figura'전
새 화랑을 건립한 리안갤러리는 독일현대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83)의 작품전으로 개관전을 열고 있다. 오는 10월14일까지 열리는 개관전에는 크뇌벨의 대형 회화들이 1,2층 전시실에 내걸렸다.
크뇌벨은 사각의 캔버스가 아닌, 구불구불한 비정형의 유기적 형태라든가 기하학적 형태의 회화를 선보이는 추상미술가다. 한동안 나무 소재를 사용했던 작가는 1990년대부터는 집에 있던 오래된 거울의 프레임에서 영감을 받아 알루미늄 소재를 캔버스 대신 사용하고 있다. 물감을 흡수하지 않는 알루미늄 재료의 특성 때문에 크뇌벨의 회화는 붓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빛을 받으면 오묘하게 변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물이 숨겨져 있는 듯하며, 딸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케이크나 손녀의 색칠놀이 등 일상이 반영된 작품도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이미 크뇌벨 'Figura N', 2018, 아크릴, 알루미늄, 234x145x4.5cm.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크뇌벨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을 대표하는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회화가 외부 세계의 어떠한 것도 재현하기를 원치 않았던 말레비치는 순수한 도형으로만 표현된 '절대주의'를 추구한 작가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접하며 "회화를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시킨 전환적인 작품이었다"고 감동했던 크뇌벨은 재현적이고 사실적 형상을 배제하고, 순수한 오브제 그 자체의 형태와 공간, 색상 간의 관계성을 탐구해왔다. 하지만 말레비치와 다른 점은 순수함과 보는 이의 감수성까지 포함해 역동성과 생명력이 투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크뇌벨은 독일의 개념미술가인 요셉 보이스(1921~1986)의 제자로, 스승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미국 뉴욕주 '디아(DIA) 비컨'에 설치한 '19번 방'이라는 작품도 스승의 제안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번 작품전에는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잘라낸 뒤 그 위에 여러 색채를 덧입힌 '피구라'(Figura) 연작을 중심으로 지난해 작업한 신작까지 총 12점이 나왔다. 작가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다고 요청한 '클라이너 아르체팁 16c'도 포함됐는데 지난 2008년 독일 홀레 펠스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비너스상'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리안갤러리가 크뇌벨 작품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네번 째다. 안혜령 대표는 작가가 팔순을 넘긴 것을 고려한 듯 "크뇌벨은 세계 미술전문매체들이 '월드 톱10 작가'로 꼽는 거장이다. 그의 다섯번째 전시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신관 개관을 기점으로 더욱 수준높은 전시와 예술 교육 등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 50년간 회화 퍼포먼스 사진 조각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온 이강소의 조각 '무제'. 흙을 아무렇게나 툭툭 쌓거나, 인절미 조각처럼 무심히 끊어친 듯한 그의 조각은' 만드는 조각'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조각'이란 점이 특징이다.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서울점, 증축 재개관 기념 '이강소,바람이 분다:조각에 관하여' 개최
한편 리안갤러리는 올해 10돐을 맞은 서울점(종로구 창성동)도 최근 1개 층을 증축하며 전시 공간을 확장했다. 서울점에서는 현재 중견작가 이강소의 개인전 '바람이 분다:조각에 관하여'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올해로 화업 50년을 맞은 이강소 화백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대형 회화도 함께 출품됐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리안갤러리 서울의 '이강소,바람이 분다:조각에 관하여' 전시전경 [사진=리안갤러리] 2023.10.05 art29@newspim.com |
이강소의 조각은 '만드는 조각'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조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유기적인 사고관은 서구에서는 매우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1000년 이상된 사상인 성리학 등에서 보듯 우주와 세계가 이와 기로 서로 맞물려 있다고 인식해왔다. 이런 우주관과 맥을 같이 하는 게 바로 나의 '만들어지는 조각'이다"라고 밝혔다.
흙을 아무렇게나 툭툭 쌓거나 허공에 무심한 듯 던져 만들어진 '우연적인 흙덩어리' 형태의 이강소 조각은 그 무덤덤함과 초월적인 형상이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이강소는 인간 주체와 비인간 객체 사이의 구분이라는 서구의 이분법적 관념과는 달리, 작가의 손을 떠나 '내던져지는 흙' 자체를 엄연한 주체로 삼고 있다. 즉 흙이 던져지는 과정에서의 방향과 속도, 중력 그리고 건조과정에서의 햇빛과 바람 등 우연적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흙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성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리안갤러리 서울에 전시된 자신의 조각 작품과 포즈를 취한 작가 이강소. [사진=이영란 기자] 2023.10.05 art29@newspim.com |
이로써 작가는 사람을 빚어내는 재료이자,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는 물질로써 여겨지는 '흙'을 '던져' 흙과 인간, 비인간과 인간의 구분 없이 온 우주만물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실험을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강소의 조각은 한없이 부드럽고, 한없이 무심하나 웬지 모를 오묘한 에너지로 가득차 우리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