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서 원자재 차지 비중 80%
산업부와 환경부 사이 이견 존재해
"폐배터리도 자원...제도 개선 필요"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폐배터리가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불안정해지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등 핵심 광물의 가격의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폐배터리가 떠오르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 등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을 추출해 사용할 수 있어서다. 천연 광물 상태에서 채굴하는 것보다 정제·정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 글로벌 원자재 시장 '출렁'...기업들 배터리 재활용 합작사에 특허까지 안간힘
왼쪽부터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포스코퓨처엠] |
20일 업계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던 비중은 2015년의 40%에서 지난해 80%까지 증가했다.
현대차는 폐배터리를 회수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코발트와 니켈 등 주요 유기금속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ESS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국내외 폐차장이나 딜러점 등에서 고장 난 배터리를 회수해 이들 배터리를 운반할 수 있는 용기를 개발, 특허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도 나섰다. GS에너지는 포스코홀딩스와 합작해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의 지분 구조를 확정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속도를 낸다. GS에너지에 지분은 49%다.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는 포스코가 중국 최대 코발트 기업 화유코발트와 설립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포스코HY클린메탈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과 더불어 그룹 내 이차전지 공급망을 강화할 전망이다.
소재 업체도 폐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고려아연은 기존 비철금속 제련 기술력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계열사 켐코가 LG화학과 전구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총 2000억원을 투자해 폐배터리와 폐기물 등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금속이 적용된 전구체 생산 설비를 갖추기로 했다.
엘앤에프도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에 3000만달러(약398억원)를 투자하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메탈·리튬 공급, 전구체·양극재 분야 협력을 진행 중이다.
◆ 폐배터리 관리 놓고 부처 이견..."배터리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배터리·전기차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
다만 국내에서 폐배터리 기준이 모호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폐배터리를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다. 폐배터리 회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폐배터리의 명확한 기준 설정, 배터리 이력 관리,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을 촉구했다.
김 위원은 "선진국들은 배터리 원재료 채굴, 제련 비용 절감을 위해 일찌감치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우리나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며 "폐배터리 기준부터 확실히 정하고, 제대로 된 배터리 회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폐배터리 산업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에 대한 정부의 관련 부처 간 입장도 다르다. 산업부는 폐배터리 회수와 유통, 활용에 있어 민간이 주도를, 환경부는 폐배터리를 인화·폭발성을 지닌 유해 폐기물로 보고 정부의 규제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관련 요건을 두고 정부와 기업 입장이 모두 다양해, 이에 대한 조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 차원에서 폐배터리에 대한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폐배터리도 중요 자원으로 보고 유출 방지 대책과 사업자 등록 요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