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경쟁으로 부작용 막겠다는 방향 쉽진 않아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멈췄던 통신업계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공석이었던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도, KT 수장 자리도 채워졌다.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은 취임 보름 만인 지난 15일 이동통신 3사 CEO와 처음으로 모여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간담회 전후 분위기는 상당히 엄숙했으며 나온 내용도 무거웠다. 이 위원장은 '통신요금 체계 전면 개편', '이권 카르텔'이라는 키워드를 직접 언급하며 통신사들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는 크게 ▲가계통신비 절감 및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 ▲안전한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 ▲이용자 불편 해소 ▲불공정행위 규제 등 4가지로 가장 힘이 들어간 것은 통신비 절감이다.
이 위원장은 통신사업은 오랜 기간 과점체제로 운영된 탓에 일각에선 '이권 카르텔'이라는 지적도 있었다는 점을 짚어내며 서민들에게 높은 가계통신비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계 통신비는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으로 분리해볼 수 있다. 그간에는 고가의 데이터 요금제 등으로 인한 통신 요금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면 최근 몇 개월 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통신 요금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진 것이다. 업계에선 통신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단말기 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말기 요금의 경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단말기 요금 평균가는 87만 3597원으로 9년 전 구매가보다 41% 늘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출시된 아이폰15의 국내 출시 가격은 최대 260만원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단말 비용과 통신 서비스 요금을 분리 고지하면서 단말기 가격의 조정을 꾀하는 분리공시제, 중저가 단말 생산 확대 등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상태다. 다만 직접적으로 단말기 요금을 건드리는 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정하는 단말기 요금까지 정부가 관여하게 되면 전자업계 수익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더군다나 대부분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며 고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중저가 단말을 내놓을 유인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체제인데, 이들을 설득한 유인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가장 큰 유인은 단말기 가격을 좌우하는 지원금 규모에 관여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다. 10년간 시행되며 꾸준히 실효성 문제에 부딪혔던 단통법의 대수술이 예고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단통법은 폐지 여론에서 가까스로 개정 쪽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동관 위원장은 "적절한 경쟁이 병행돼야 가격이 인하될 수 있는데, (단통법으로) 묶어놓으니까 거꾸로 부작용이 발생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있다"며 "더 많이 줄 사람은 더 줄 수 있게 경쟁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적절한 경쟁을 일으키며 부작용을 막겠다는 방향이 쉽진 않아 보인다. 방통위의 수술이 어떤 방향으로 끝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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