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수집되는 의료 데이터, 범용성 높아 각광
활용도는 미미…부처 간 경쟁이 통합 막는다 지적도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의료 데이터는 더 이상 임상 진료 현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환자의 건강상태는 일상적으로 수집되고, 유전자 검사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환자의 의료정보를 모아놓은 빅데이터는 2456억원 어치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정작 보건복지부에서 수집하는 데이터가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터운 지원책이 필요하고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부처 간 경쟁이 데이터 통합을 막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7일 씨엔알리서치가 주최한 헬스케어 데이터 심포지엄에서 연자들은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이하 RWD)의 활용에 주목했다. RWD란 실제 치료 환경에서 수집되는 모든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전에는 환경을 통제함으로써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임상자료만이 의료 데이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RWD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 7일 씨엔알리서치가 주최한 헬스케어 데이터 심포지엄에서 김종엽 건양대학교의료원 교수가 의료데이터의 산업적 활용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23.09.08 hello@newspim.com |
연동건 경희의료원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RWD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척수증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다. 졸겐스마가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효과 없는 약을 투약한 대조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경우 가짜 약을 맞은 신생아 환자가 사망한다는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허가 및 논문에는 RWD로 시뮬레이션한 값이 활용됐다.
RWD는 희귀질환 치료제 허가 외에도 적응증 추가를 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관련 가이드라인 활용정보집도 나오고 있다.
RWD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활용도는 미미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종엽 건양대학교의료원 교수는 정부 기관에 의료 데이터를 요구할 시 현재는 최소 5번의 심의가 이뤄지는 등 활용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를 데이터 3법 등 규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3법은 데이터를 비식별화해서 환자의 동의 없이 쓰자는 방향으로 잡았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다 보니 제약 사항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 의료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의료데이터 구입 예산 범위를 100만원 미만에서 선호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연구 데이터를 무작정 제공하기는 어려우므로 기간을 정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RWD가 쓰이지 못하는 이유를 산하 기관의 정책 경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의료 빅데이터가 부상하는 가운데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은 산업계를 위한 '익명DB'를 내놨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KPIS와 비슷한 서비스임에도 그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지휘 하에 협력해야 할 두 산하기관이 지나치게 경쟁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데이터가 권력이 된 것은 지난 2021년 진행했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진행했던 '포스트게놈 연구단'에서 각 부처들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양하지 않다 보니 사업이 흐지부지돼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으로 이양됐다는 것이다.
다만 심포지엄 자리에서는 기관만의 잘못으로 돌리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혜영 차의과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외국은 RWD로 허가를 통과하는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안되는 이유는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임상시험실시기관제도를 갖고 있어서 아닌 기관에서의 데이터를 쓰는 걸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행정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산업계나 학계에서 나오는 데이터와 달리, 부처에서는 특정인이 약을 처방받아갔는지만 알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 약이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윤영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산학연관을 다 알 수 있는 교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서로 비판하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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