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사령관·전우회 "외부 개입 없어야"
"재발 않게 원인 규명·강력 대책 수립"
박정훈 대령 '군검찰 수사심의위' 신청
국방부 "수사 원안, 경찰 이첩" 주목돼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해병대 역대 사령관과 해병대 전우회는 14일 채수근 상병 사망 수사 관련 입장문을 통해 "사고의 책임을 수사함에 있어 공명정대하고 외부 개입이 없이 결자해지 마음으로 군이 명확한 결과를 도출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역대 사령관과 해병대 전우회는 이날 채 상병 사망 수사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공식 입장을 냈다.
이날 입장문에서 "채 해병의 살신성인이 가장 명예로운 군인, 진정한 해병대의 표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귀한 희생정신을 받드는 진정한 애도의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수사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그러면서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고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호국충정의 마음으로 군 원로들과 함께 100만 해병대 전우회 이름으로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전우회 총재인 이상훈 전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뉴스핌과 통화에서 이번 입장문과 관련해 "군사법원법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해병대 예비역들의 입장에서는 원칙과 규정에 따라서 절차대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법과 원칙대로 최종은 경찰에서 수사해서 발표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간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개입해 이번 사태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더 이상의 사태 확산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 측은 이날 오전 공정한 수사를 받게 해달라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등기 우편으로 신청했다.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원 선정 과정에 국방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어 공정하게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 당사자의 한 명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 대령 측은 이날 "현재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수사단장에 대한 '직권 남용의 죄'를 범한 자이므로 군검찰 수사심위 관련 기피신청을 추가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과 역할 내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법과 규정에 따라서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배척해야 한다는) 그런 의견이 법리적으로 맞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령 측은 16일로 예정된 해병대사령부의 징계위원회도 이날 해명을 위한 진술권 보장을 위해 연기해달라고 신청했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게 적용했던 혐의를 '집단항명 수괴'에서 '항명'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형법상 '집단항명 수괴' 형량은 3년 이상이고 '항명'은 3년 이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방부가 지난 10일부터 직할 조사본부가 재검토한 내용과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원안을 함께 경찰에 넘길 것이라고 이날 거듭 밝혀 주목된다.
지난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 체육관에서 엄수된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비통한 모습으로 채 상병을 떠나보내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국방부는 지난 11일에도 "국방부 조사본부를 통한 재검토를 조속히 마무리해 조사 결과 원안과 함께 경찰에 이첩할 것"이라고 언론에 공지했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직할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와 함께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원안도 제3의 기관인 경찰 수사에 맡겨지게 돼 향후 경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기 전에 처음부터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그대로 경찰에 넘기지, 왜 이제 와서 조사 결과 원안을 넘기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박 대령이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경찰에 이첩한 범죄인지 통보를 회수하라고 한 명령 철회 ▲집단항명 수괴죄 수사 중단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해임 취소 ▲방송 출연 등 관련 징계위원회 회부 철회 등을 권고해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다.
인권위는 지난 9일 채 상병 사망 사건을 국방부 아닌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 "정황과 추측을 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가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가안보실에서 무엇을 수정해서 (수사) 절차가 어그러지는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은 병사의 죽음을 왜곡하는 것은 숨진 병사와 유가족, 국민들에 대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은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국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당인 국민의힘에 이번 주 내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열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방위 긴급 현안 질의 즉각 실시와 국회 청문회 개최를 여야에 공식 제안 한다"고 밝혔다.
kjw8619@newspim.com